‘칼치기’에 여고생 사지마비…운전자, 2심도 금고형

입력 2021-04-29 14:23
갑작스러운 충돌 사고로 버스 내에서 넘어진 B양. 유튜브 '한문철TV'

주행 중이던 시내버스 앞에 갑자기 끼어드는 이른바 ‘칼치기’로 버스에 타고 있던 고등학생이 전신마비를 당하게 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3부(장재용 윤성열 김기풍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9)에게 원심과 같은 금고 1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2월 16일 진주시의 한 도로에서 자신의 렉스턴 SUV 차량을 몰다 시내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충돌사고를 유발했다. A씨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로 버스는 급정거했고, 버스의 맨 뒷좌석에 앉으려던 당시 고등학교 3학년 B양은 동전함까지 튕겨 나와 머리를 부딪혔다. 이 사고로 B양은 목뼈를 다치면서 사지마비 등 중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처벌 전력과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참작해 금고형을 내렸다. 항소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금고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로 피해자는 사지마비가 됐고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으며 가족들은 강력한 처벌을 탄원한다”면서도 “초범이고 가족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된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은 합리적 범위 내에서 양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선고 결과를 들은 유족은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가해자는 1년을 살다 나온 뒤 인생을 즐기면 되지만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이를 돌봐야 한다”며 “우리나라 법은 당하는 사람만 불쌍하게 된 것 같다”고 분노했다.

피해자의 언니도 “1심 판결 뒤 엄벌해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는데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국민의 법 감정과 너무 다른 판결이 나와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자의 언니는 지난해 11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고등학교 3학년 졸업식을 앞두고 대입 원서도 넣어 보지 못한 동생은 꿈 한번 펼쳐보지 못한 채 기약 없는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받은 처벌은 20세 소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아픔과 가족들이 겪을 고통에 비하면 너무 가볍다”고 호소했다. 이어 “부디 항소심에서는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덧붙였다. 언니의 청원은 청원 종료일인 지난해 12월 19일까지 21만1090명의 동의를 받았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