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의원 5명 직 상실 확정…선고 직후 “너희가 대법관이냐”

입력 2021-04-29 13:57
대법원은 2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함께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옛 통진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오병윤(왼쪽) 전 의원이 대법원 선고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과 함께 국회의원직을 잃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 의원직을 회복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가 확정됐다. 이는 정당 해산 결정에 따라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를 가린 첫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 선고 직후 오병윤 전 통진당 의원은 법정에서 “너희가 대법관이냐”며 반발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과거 통진당 소속이던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 전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의원직 상실이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를 위해 위헌적인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배제시키기 위해서는 그 소속 국회의원의 직위를 상실시키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6년 4월 항소심 판결 이후 약 5년 만의 결론이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한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됐음에도 그 소속 국회의원이 직을 유지한다면, 실질적으로 그 정당이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잘못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당연한 논리적 귀결임과 동시에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도 정당이 해산될 때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을 정당해산 심판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으로 봤다고 대법원은 덧붙였다.

이번 판결 쟁점에는 5명 중 이석기 전 의원이 제기한 소가 적법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포함됐다. 이 의원은 내란선동죄 등으로 2015년 1월 징역 9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대법원은 이 전 의원에게 ‘소의 이익’이 없다고 봤다. 이미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라서 헌재의 위헌정당 해산결정과 무관하게 소 제기가 부적법하다는 설명이다.

판결 이후 오 전 의원은 “에라이, 너희가 대법관이냐” 하며 소란을 피웠다. 대법관들을 향해 욕설도 쏟아냈다. 이에 법원보안관리대 직원들이 오 전 의원을 법정 밖으로 쫓아냈다. 오 전 의원은 법정 밖에서도 “정치적 판단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대법원의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김재연 전 의원도 “김명수 대법원은 법치를 버렸다”며 “앞으로 역사 앞에 어떻게 그 책임을 짊어지고 나갈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날 통진당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 대해서는 ‘의원직 유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회 의원의 직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의원직 상실이 부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에 의해 의원직이 상실되는지’가 쟁점이라서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의회 의원은 국회의원과 역할, 헌법·법률상 지위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