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반도체 ‘보릿고개’…부산 車부품업체 위기감 고조

입력 2021-04-29 11:24

최근 자동차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로 완성차 생산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으면서,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자동차부품기업 상당수가 반도체 부족 현상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부산상의는 이날 연 매출 100억원이 넘는 지역 자동차부품 협력업체 9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관련 긴급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실재 현대차는 이번 달 들어 울산1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7일간 휴업했고, 아산 공장도 4일가량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GM 부평공장과 쌍용차 평택 공장도 지난 19~23일 5일간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특히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다음 달 국내 생산을 4만대 수준으로 생산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해외에서도 벤츠와 GM 등이 연이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모니터링 결과, 부산지역 협력업체 대부분이 완성차 생산 중단을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현재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사태 장기화 우려가 큰 데다, 이미 코로나19로 매출이 상당 폭 줄어든 상황에서 이번 반도체 공급 부족이 기업 경영에 또 다른 악재가 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시트를 제작 공급하는 A사는 최근 신차 효과로 작년 대비 판매량 호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번 반도체 사태가 업황 회복세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현재는 일부 차종에 국한된 문제지만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전체 차종으로 번질 수 있고, 생산 중단 수준도 심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인기 차종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직접적인 업황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플라스틱 사출 제품을 생산해 GM에 납품하고 있는 B사는 최근 반도체 수급 문제로 GM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주문량이 감소했고, 생산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답했다. 자체적인 대응책이 없어 자동차부품 생산 라인 근로자를 전자 부품 쪽으로 업무를 전환하는 등 근무를 조정하고 있다.

차체 부품을 공급하는 C사는 아직은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트커버를 생산하고 있는 D사도 현재 생산 차질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차체를 생산하는 E사는 원청업체의 생산 중단으로 최근 2주간 4차례 생산라인을 중단시켰으며,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별다른 대책이 없고 단기적으로 현장 근무시간 조정과 연월차 독려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다고 답했다.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F사도 현재 정상적인 상황 대비 20~30%가량 납품량이 줄었다. 이 업체는 원청기업의 대응이 확정된 것이 없어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는 “지난해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의 경우 중국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서 장기화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번 자동차용 반도체의 경우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어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면서 “사태 장기화로 기업들의 피해가 확대될 때를 대비해 고용안정과 유지를 포함한 정부나 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