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0·40대 2명 중 1명 ‘코로나 확찐자’…“3㎏ 넘게 살쪘다”

입력 2021-04-29 10:51 수정 2021-04-29 12:43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국민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3㎏ 넘게 살이 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성과 30·40대는 2명 중 1명 정도가 ‘확찐자’에 해당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로 바깥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운동량은 줄고 영상 시청이나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명 ‘홈트레이닝족(홈트족)’이 크게 늘어났으나 절반 이상은 오히려 체중이 불어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다이어트와 체중 조절을 위해선 전문 상담을 통해 6개월 이상 체계적인 치료 및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전문 약물치료가 체중 감량에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으로 인해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보험 급여화로 환자 부담을 줄일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는 ‘병적 비만’에 해당되는 이들이 받는 비만 수술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최근 진행한 ‘코로나19 시대 국민 체중관리 현황 및 비만 인식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2020년 1월 기준)과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현재(2021년 3월 기준)의 운동량, 식사량, 영상시청 시간 등을 비교하고 체중 감량법, 평소 비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 등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됐다.

응답자 10명 중 4명 정도(46%)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몸무게가 3㎏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몸무게 변화를 묻는 질문에 ‘몸무게가 늘었다(3㎏ 이상)’고 선택한 비율은 남성(42%)보다 여성(51%)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30대(53%)가 가장 높고 40대(50%) 20대(48%) 50대(36%)가 뒤를 이었다.

체중이 증가한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일상에서 활동량 감소(56%)가 가장 높은 비중으로 꼽혔고 운동 감소(31%), 식이 변화(9%) 등 순이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 속에 거리두기 및 외부활동 자제로 인한 국민들의 활동량 감소가 체중 증가의 주 요인이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운동량을 묻는 질문에서 ‘주3~4회’(28%→15%), ‘주 5회 이상’(15%→9%)은 감소한 반면 ‘거의 운동하지 않음’(18%→32%)을 택한 응답자는 14%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가 국민들의 운동 양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운동한다고 답한 응답자들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유튜브 영상 또는 모바일 운동 앱 등을 이용한 비대면 코칭 운동’을 한다고 답한 비율이 3배 이상 늘어나(6%→20%), 일명 ‘홈트족(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재 홈트족 2명 가운데 1명 이상(54%)은 오히려 체중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홈트를 함에도 불구하고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일일 TV 또는 영상시청 시간은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하루 1~2시간 영상 시청하는 응답자(42%)가 가장 많았으나 이 후에는 영상을 3~6시간 보는 비율(45%)이 가장 많았다. 영상을 7~9시간 시청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4%에서 12%로 크게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 강재헌(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중심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홈트족은 증가했으나 운동량이나 에너지 소모량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기분 좋게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하루 30분에서 1시간, 주 5회 이상 하는 것이 체중 관리 및 비만 예방에 도움된다”고 강조했다.

비만은 단순히 비만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암, 고혈압, 2형당뇨병,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조사결과 체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비만에 대한 이해도 및 인식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54%)은 비만의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25㎏/㎡이상) 조차도 알지 못했으며 비만을 ‘전문가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비만을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9%에 달했다.

대한비만학회 이창범(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이사장은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져 비만 환자들의 생활습관이 악화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전문의 상담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비만인들의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면서 약물치료를 더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목표 체중으로의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는 시도했거나 실행하고 있는 체중 감량 방법으로 운동(71%), 식사량 줄임 또는 식단조절(66%)을 택했다. 그밖에 결식(28%),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섭취(22%), 원푸드 다이어트(10%), 단식(9%), 한약 복용(9%), 의사 처방받아 약 복용(7%), 의사 처방 없이 약 복용(3%)이 뒤를 이었다.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했다고 답한 응답자의 54%는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중 35%는 체중이 전혀 줄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가장 많이 효과를 본 감량 범위는 ‘1% 이상 5%미만’(47%)이었고, 5% 이상 감량한 경우는 18%에 그쳤다.

반면 의사 처방을 통해 약을 복용한다고 답한 대부분의 응답자(96%)는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10명 가운데 4명(38%)은 체중의 ‘5% 이상 10% 미만’을 감량했으며 ‘10% 이상 20% 미만’ 감량한 응답자도 23%로 높게 나왔다. 하지만 높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복용자 중 11%만이 처방을 유지, 10명 중 9명은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단 이유로는 ‘비용 부담으로 중단’(29%)한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부작용이 생겨서(27%), 효과가 없어서(23%), 병원 방문이 귀찮아서(15%) 등이 꼽혔다.
특히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한 사람들의 대부분(67%)은 5% 이상 체중 감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중단했으며 치료 기간도 3개월 미만(67%)에 그쳤다.

대한비만학회 이재혁 언론-홍보위원회 이사는 “비만은 다양한 질병을 동반하는 만큼 전문가 상담을 통해 6개월 이상 체계적인 치료 및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재 비만 치료는 비만 수술만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비만 치료는 지속적인 영양 및 운동 상담, 약물 치료 등 종합적 관리가 필요한 만큼 관련 치료의 급여화가 하루 속히 진행돼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