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입은 남학생 향해 “역겹다”… 美기업 대표 해고

입력 2021-04-29 06:46 수정 2021-04-29 10:02
드레스 입은 게이 남학생을 따라가며 괴롭히는 의료기업 CEO. jacobgeittmann2 틱톡 캡처

미국의 한 기업 대표가 드레스를 입은 10대 게이 남학생을 조롱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결국 해고됐다.

28일 미 ABC방송 등에 따르면 원격의료업체 비수웰(VisuWell)의 최고경영자(CEO) 샘 존슨이 최근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게이 남학생 달튼 스티븐스와 그의 남자친구 제이컵 게티맨을 조롱하다가 말다툼을 벌이는 영상이 SNS에 확산됐다.

게티맨이 촬영해 틱톡 등에 올린 영상에 따르면 존슨은 지난 24일 무도회가 열리던 테네시호텔 정원을 지나다 스티븐스를 보고는 “정말 역겨워 보인다. 이상하다” “넌 그런 걸 입으면 안 된다. 남자는 드레스가 아니라 정장을 입어야 한다”고 참견했다. 이에 스티븐스는 “내가 입을 옷은 내가 정하니까 가던 길 가라”고 말했고, 존슨은 “그렇냐”며 비웃었다.

존슨은 그러나 직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스티븐스를 따라가며 “멍청이처럼 보인다”고 계속 조롱했다. 이런 장면을 찍고 있던 게티맨의 카메라도 잡아채려 했다.

지난 24일 미국 테네시주에서 무도회에 참석한 스티븐스(왼쪽)와 제이콥. jacobgeittmann2 트위터 캡처

충격을 받은 스티븐스는 “드레스를 입은 남성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는 잘 알고 있었다”면서 “그렇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누군가가 직접 다가와서 그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의 남자친구 게티맨은 “각자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마음속으로 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무도회가 열린 날 10대 학생에게 공개적으로 수치를 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이 지난 주말 사이 SNS에 회자되면서 성인이 어린 10대 학생을 괴롭힌 데다 성소수자를 차별했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존슨은 다니던 회사에서 이번주 초 해고됐다.

비수웰은 27일 성명을 내고 “샘 존슨의 행위를 명백하게 규탄한다”면서 “비수웰은 특히 소수자들을 위한 존중, 열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존슨이 한 것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한 치의 관용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