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입에서 4년제 대학 모집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늘지만 수도권 대학들의 증가폭이 훨씬 커 지방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고대로 서울권 대학들의 정시모집 인원이 늘어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9일 이런 내용의 ‘2023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모집인원은 34만9124명으로 올해 고3 대상인 2022학년도 34만6553명보다 2571명 늘었다. 수도권 대학은 13만1782명으로 2022학년도(12만9562명) 대비 2220명 증가했다. 비수도권은 21만7342명으로 전년 대비 351명 늘었다. 첨단 분야 학과들의 모집 인원이 늘어났고, 2021학년도 미충원 인원이 2023학년도로 넘어가면서 전체적으로 모집 인원이 증가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지방대는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의 경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학들을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옛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충원율 비중을 대폭 끌어올렸다. 신입생을 뽑지 못하거나 재학생을 다른 대학에 뺏길 것 같으면 알아서 규모를 축소하라는 얘기다. 이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부실 대학’ 낙인이 찍히고 정부 재정지원도 끊길 수 있다. 지방대 입장에선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해 학생들의 선택을 받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정원이라도 감축해 충원율을 유지해야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없는 서울 지역 대학들은 느긋한 입장이다.
정부로부터 정시 비중을 40% 이상 끌어올리도록 요구 받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은 40.5%로 집계됐다(표 참조). 2022학년도 대비 2.8%포인트 증가해 정시에서 1715명 더 뽑는다. 서울대의 경우 정시 비중이 30.1%에서 40.1%로 확대됐으며 정시모집 인원이 366명 늘어났다. 16개 대학 중 정시 비중이 가장 높은 대학은 서울시립대(45.9%), 정시모집 인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대학은 중앙대(490명)였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들은 정시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학생 선점 효과가 있는 수시 선발을 통해 최대한 충원율을 높여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2022학년도에 3만8438명(17.7%)을 정시에서 선발했는데 2023학년도에는 3만120명(13.9%)만 뽑기로 했다. 반면 수시에서는 18만7222명(86.1%)을 선발하기로 했는데 2022년보다 8669명 늘었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지방대들의 대규모 미충원 사태를 예상하고 있다. 수시에서 뽑지 못한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면서 정시모집 규모가 늘어나고, 정시에서도 뽑지 못한 인원이 추가 모집으로 연쇄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시에서도 서울·수도권 모집인원이 늘어나면서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 지방대들의 학생 모집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수능 학습 시간을 더 확보해야 하고, 수시와 정시 투 트랙의 입시 구조가 아닌 수시, 정시, 추가모집 세 가지 트랙 구조로 인식하고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