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기업공개(IPO) 승인을 받은 경위를 조사하면서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인 마윈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앤트그룹이 빠르게 IPO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IPO 승인을 받으려면 통상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지만 앤트그룹은 지난해 8월 홍콩·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 계획을 제출한 이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승인 절차를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이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관료가 있는지 등 마윈의 배후 세력을 색출하고 있다. 앤트그룹의 IPO를 승인한 규제당국 관계자와 지방 관료, 중국투자공사 등 대형 국영기업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WSJ은 특히 정부 관료들이 마윈과 어떤 관계인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이라며 이번 조사가 향후 마윈과 앤트그룹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마윈과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리창 상하이시 공산당 서기가 조사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科創板·영문명 스타마켓) 설립을 논의하는 등 시 주석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지만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저장성에서 성장으로 근무할 당시 마윈과 친밀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마윈의 사업을 지지해왔던 리창 서기가 앤트그룹의 상장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앤트그룹은 지난해 11월 홍콩·상하이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 IPO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마윈이 10월말 상하이 금융 포럼에서 금융당국을 ‘전당포’에 비유하는 등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후 모든 상장 절차가 중단됐다. 이후 마윈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사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마윈이 중국을 떠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