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말하는 지도자가 없다”…고향 찾은 김동연의 정치권 비판

입력 2021-04-28 17:26

내년 대권 도전에 나설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금 어떤 지도자도 미래를 얘기하지 않는다”며 진영 싸움에 골몰하는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최근 국무총리직 제안까지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부총리가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부총리는 27~28일 이틀에 걸쳐 충북 음성 금왕읍 행정복지센터와 맹동혁신도서관에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 전 부총리는 강연에서 주로 자전적인 내용을 말했지만, 뒷부분에선 작심한 듯 현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미래’를 키워드로 꺼낸 그는 “언제부터인가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졌다”며 “과거를 두고 싸우는 이야기, 이념·진영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입지, 지적소유권 분쟁, 기후변화 문제 등 많은 사회 담론들이 제대로 의제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부총리는 지금의 한국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사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경제성장기와 달리 지금은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기회마저 사라지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공평하거나 고르지도 않다”며 “국가가 할 일은 어떤 계층으로 태어나더라도 고른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곧 출간 예정인 새 저서에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총리의 비판 강도가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공식 행사로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김 전 부총리는 강연 시작 전에 방청석에 앉은 일부 참석자들과의 인연을 일일이 소개하며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강연은 김 전 부총리의 인생 여정에 따라 진행됐다. 청계천 판잣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상고 졸업과 동시에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행정·입법고시에 합격,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그의 자수성가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


연일 이어지는 김 전 부총리의 이런 행보를 두고 그가 대선 출마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강연이 끝난 뒤 기자를 만난 김 전 부총리는 “고향 주민들로부터 요청받은 강연을 코로나19로 여러 차례 미루다가 이제서야 하게 된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정치권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을 맡았지만, 퇴임 직전에는 최저임금인상 속도 조절 등을 두고 여당과 각을 세웠다. 김 전 부총리가 ‘소신있는 경제통’이란 이미지를 통해 대권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강점만큼이나 뚜렷한 약점 때문에 김 전 부총리가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고향인 충청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정치 참여 여부에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한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음성=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