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오전 10시 법무부에서 회의를 열고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포함될지가 이번 추천위의 최대 관심사다. 검찰 구성원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추천위원으로 총장 후보군을 압축한 경험이 있는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추천위 회의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추천위원 9명은 천거된 이들의 면면이 담긴 서류를 추천위 시작 전 제공 받는다. 이들이 법무부 회의실에 모이면 간사로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가 약간의 안내를 한다. 역대 총장들의 사법연수원 기수를 설명하는데, 한 법조인은 “일종의 ‘가이드라인’ 개념으로 이해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과정에서 최근 총장보다 법조 경력이 너무 길거나 짧은 후보들은 자연스럽게 걸러진다. 추천위 경험이 있는 어느 법조인은 “직전 총장보다 너무 높은 선배거나 낮은 후배라면 ‘예선’에서 떨어진다”고 표현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검찰 내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는 외부의 인사 개입을 차단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차기 총장에 적합한 기수를 가늠하는 단계에서 10여명이던 후보는 조금 줄어 한자릿수가 된다.
이후는 추천위원들이 남은 후보들을 자유롭게 평가하는 ‘본선’이다. 이때 주로 논의되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다. 추천위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수사 역량이나 리더십, 인품에 대한 평가는 엇비슷하다”고 말했다. 도덕성부터 법조계 평판까지 각 후보에 대한 발언들은 때로 수위가 높다. 이 시간이 끝나면 적격자는 3~4명으로 좁혀진다. 합의는 대체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거수’까지 하는 때는 드물다고 추천위원 출신들은 전했다.
추천위원 출신들은 29일 추천위에서 검찰이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언급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한 법조인은 “이 지검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만큼 심사 과정에서 반드시 거론될 사안”이라며 “추천위가 난제를 만났다”고 평가했다. 학계의 한 인사는 “추천위의 판단에는 모든 요소가 고려된다”며 기소를 둘러싼 언급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추천위는 총장 후보자로 ‘3명 이상’을 추천해야 한다. 통상 3명까지 압축하는데, 4명을 추천한 전례도 있다. ‘4번째’ 후보를 넣을 것인지의 여부는 대개 위원장이 주도한다고 한다. “임명권자께 재량을 좀 더 드리자”는 식이다. 3~4명의 명단이 확정되면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겠다”는 위원장의 말로 추천위가 해산한다.
검찰은 지난달 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임한 이후 2개월 가까이 ‘직무대행’ 체제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선에서 혼란이 크다”며 “정치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분이 총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해 검찰을 개혁하실 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경구 이경원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