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는 인도에서 감염 후 완치 판정을 받은 한 교민이 “벼랑 끝에서 겨우 살아난 느낌이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더 두렵다. 생지옥 같다”며 심각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도 뉴델리 인근 구루그람(옛 구르가온)에서 3년째 주재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11월 초 아내와 동시에 감염됐다가 같은 달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는 요즘과 달리 입원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자택에서 치료를 했다고 한다. A씨는 “병원에서 ‘잘 모르겠다.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였다”면서 “입원을 해도 도움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벼웠던 증상은 확진 판정을 받은 지 3일 후부터 점차 악화하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면 열이 올랐고, 아내는 후각과 미각까지 상실했다. 피부를 칼로 베는 듯한 통증까지 느껴졌다고 한다. A씨는 “숨이 제대로 못 쉬어지면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매우 컸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상태가 나아져 A씨는 이달 초 백신 1차 접종까지 마쳤다.
A씨는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교민 사회에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하루 수십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병상과 의료용 산소가 곳곳에서 동났기 때문이다. 그는 “산소포화도가 감소하는 등 중증으로 변했을 때 대안이 없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3월 초만 하더라도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에는 감염자가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80여명으로 늘었다”면서 “옆집에도 확진자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기편이 없기 때문에 교민들은 부정기 특별기를 이용해 한국으로 들어가는데 정부가 최근 부정기편 운항 허가를 일시 중단한다고 해서 크게 상심했다”며 “이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교민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인도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현지 병원들은 병상과 의료용 장비 부족으로 환자들을 수용할 수 없어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1만1000여명의 우리 교민 중에서는 주인도한국대사관 집계 결과 누적 확진자 수가 11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7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다만 대사관에 보고하지 않고 치료하는 교민도 꽤 있기 때문에 실제 확진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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