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무대 데뷔한 페퍼저축은행…최대어 바르가 ‘픽’

입력 2021-04-28 16:36
김형실 감독이 바르가의 명패를 들어올리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

15년 만에 프로 무대에 돌아온 김형실 감독의 떨리는 호명으로, 10년 만의 여자프로배구 제 7구단 페퍼저축은행이 공식 석상에 데뷔했다. 다음 시즌부터 정규리그에 모습을 드러내는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바르가(22·헝가리)를 지명했다.

한국배구연맹(KOVO)는 28일 서울 청담동 호텔 리베라에서 2021 KOVO 여자부 외인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7개 구단은 드래프트를 신청한 41명의 선수를 두고 지난 5일부터 옥석 가리기를 진행해 왔다.

신생팀 배려로 바로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페퍼저축은행의 선택은 192㎝의 키로 지난 시즌 헝가리 리그 1위팀에서 활약한 라이트 바르가였다. 바르가는 아직 국내 선수도 지명되지 않은 페퍼저축은행의 ‘1호’ 선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을 통해 등장한 바르가는 밝게 미소지으며 “정말 신난다. 처음에 뽑힐지 기대하지 못해 아직도 떨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음 시즌 최대한 많은 경기에서 이기는 걸 목표로 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KT&G(현 KGC인삼공사) 지휘봉을 내려놓은 2006년 이후 무려 15년 만에 프로 지휘봉을 잡은 김형실 감독은 이날 바르가의 명패를 들어 올리며 떨리는 듯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을 맡아 4강 신화를 일구기도 했던 김형실 감독은 “오랜만에 현장에 나와 긴장했다. 감개무량하기도 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며 “바르가는 블로킹 위치 선정이 좋고 팔이 길어 타점도 높은 선수라 장점을 살려보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소감 밝히는 바르가(왼쪽)의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한 6개 팀은 지난 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120개의 추첨 구슬을 배분 받아 지명 순서를 추첨했다. 현대건설(6위) 30개, KGC인삼공사(5위) 26개, 한국도로공사(4위) 22개, IBK기업은행(3위) 18개, 흥국생명(2위) 14개, GS칼텍스(1위) 10개 순이었다.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가 1, 2순위 지명권을 얻으면서 이번 지명 순서 추첨은 확률대로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세 번째로 지난 시즌 2위 흥국생명의 흰 공이 먼저 튀어나오면서 구단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GS칼텍스는 각각 5~7순위 지명권을 받았다.

이번 드래프트는 수준급 선수가 적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각 구단은 최대한 새 시즌 계획에 맞는 선수들을 뽑았다. 화제를 모은 건 IBK기업은행이 뽑은 191㎝의 라이트 레베카 라셈(23)이었다. 동양적인 외모를 갖고 있던 그가 한국계 미국인인 걸로 밝혀져서다. 그는 지명된 뒤 “할머니가 한국 사람이라 한국에서 뛰고 싶단 생각을 했기에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남원 감독은 “아직 깊이 있게 가족사를 듣진 못했다”며 “고공 스파이크가 가능한 선수”라고 새 외국인 선수를 소개했다.

한국계 미국인 라셈(왼쪽)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3관왕을 달성한 GS칼텍스는 메레타 러츠(206㎝) 대신 상대적 단신(184㎝)인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27·카메룬)을 뽑아 관심을 모았다. 차상현 감독은 “러츠도 이소영도 떠난 상황에서 작년과 같은 팀 컬러를 유지할 순 없었다”며 “바소코는 서브가 굉장히 좋다. 서브와 수비조직력을 통한 빠른 반격을 수행하는 팀으로 팀 컬러를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196㎝로 높이가 좋고 친화력 있는 성격을 갖고 있는 걸로 평가된 라이트 야스민 베다르트(24·미국)를 뽑았다. 2년 연속 득점 1위를 차지했던 202㎝ 장신 외인 발렌티나 디우프(이탈리아)와 이별한 KGC인삼공사는 이번에도 드래프트 최장신(196㎝) 선수 중 하나인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3·보스니아)를 뽑았다.

익숙한 얼굴들도 내년 다시 한국 땅을 밟는다. 흥국생명은 2015-2016시즌 GS칼텍스에서 뛰며 한국 무대를 경험한 캐서린 벨(28·미국)을 지명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뛰었던 켈시 페인(25·미국)과 재계약했다.

이번에 뽑힌 7명의 선수들은 8월부터 구단에 합류할 수 있고, 격리기간을 고려해 7월 1일부터 입국할 수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