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대재앙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지옥’ 인도의 실제 확진자 수가 5억명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규모 모임, 낮은 백신접종률에 변이 바이러스까지 겹친 ‘퍼펙트 스톰’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CNN은 27일(현지시간) 전문가 분석을 종합해 인도의 실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최대 5억2900만여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28일 기준 인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1799만명보다 약 30배 많은 수치다.
WHO 수석 과학자 숨야 스와미나탄 박사는 “현재 인도는 하루 200만건의 검사를 하지만 양성률(검사자 수 대비 확진자 수)은 약 15%이고 뉴델리 등 일부 도시에선 30%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에 (검사가) 충분하지 않다”며 “검사를 받지 못해 집계되지 않은 확진자가 더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스와미나탄 박사는 코로나19 항체 보유율 검사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인도의 실제 확진자 수는 5억명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이전 검사 결과에 따르면 항체 보유자 수가 통계로 보고된 확진자 수보다 최소 20~30배 높게 나타났는데, 이를 현재 누적 확진자 수에 적용하면 실제 확진자 수는 최대 5억2900만여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망자 수 추정치 역시 공식 보고된 수치를 훨씬 웃돈다. 이날 기준 인도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는 총 20만1187명이다. 인도의 상황을 추적해 온 미시간대 감염병학자 브라마르 무케르지는 실제 사망자 수가 99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망해도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로 등록되지 않거나 아예 기록이 누락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무케르지는 “사인을 심장병, 신장병 등 동반질환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를 집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인도에선 대다수 사람들이 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망하는 탓에 사망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인도의 지역 의료 전문가에 따르면 낙후된 공공의료 인프라로 인해 사망자 수의 22%만이 의사를 통해 공식적 사인을 부여받을 뿐이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6만960명으로 집계돼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7일 연속 30만명을 넘은 신규 확진자 수는 1799만7267명을 기록했다. 일일 신규 사망자 수 역시 3293명으로 집계되면서 인도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처음 3000명대를 넘었다. 월드오미터는 이날 인도 신규확진자를 36만2902명으로 집계했다.
가디언은 WHO가 인도를 ‘코로나 지옥’으로 만든 원인으로 대규모 모임, 낮은 백신 접종률, 변이 바이러스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최근 인도에선 변이 바이러스 두 종류를 함께 보유한 ‘이중 변이’(B.1.617)에 이어 전염력이 더 강하다고 평가받는 ‘삼중 변이’까지 발견됐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변이가 인도 내 확진자 급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최근 대규모 집회가 열린 점 등 다른 요인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집에서 회복 가능한 환자들이 대거 병원을 찾아 인도 의료체계에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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