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재산의 60%를 사회에 환원하고 떠난다. 주식·부동산 등에 대한 상속세 12조원, 국보급 미술작품 등 2만3000여점의 미술품 기증 등이 포함됐다. 2008년 특검 수사 이후 약속한 사재출연은 1조원 규모의 의료분야 기부로 화답했다.
이 회장 유족은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유산 상속 방안을 발표했다. 이 회장의 유산은 삼성전자 등 주식 19조원, 미술작품 2조5000억~3조원, 한남동 자택 등 부동산을 더해 총 2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낸 이 회장이 사후에 세금과 기부를 통해 마지막 사회공헌을 실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1987년 1조원에서 지난해 682조원으로 700배 가까이 성장했다.
유족이 낼 상속세는 지난해 우리나라 상속세 총액 3조9000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액수로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유족이 낸 상속세보다 3배나 많아 전 서계에서도 전례없는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속세와 별도로 1조원을 의료발전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이 회장이 2008년 특검 수사 이후 했던 사재출연 약속을 지킨 것으로 해석된다.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고인의 유지를 따르며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을 지원하며 이중 5000억원은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투입된다. 2000억원은 국립감염병연구소 건축 및 설피를 구축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도 3000억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간 전국 어린이 환자 1만7000여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작품 중 2만3000여점은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 기증하는 미술품은 상속세 부과 대상에서 빠진다. 유족들은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이 회장의 평소 생각을 기리는 차원에서 기증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미술사적 가치를 우선해 모았던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세계적인 서양 작가들의 유명작품과 한국 대표 근대 미술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각각 기증한다.
또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박수근 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방 미술관 5곳과 서울대 등에도 유명 작품 143점을 기증하기로 했다.
지정문화재 및 예술성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중요 미술품의 대규모 국가 기증은 사실상 국내 최초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의 주식과 부동산 등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납부한다. 주식 상속세 11조366억원 등 총 12조원에 달한다. 유족간에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5년에 걸쳐 6회 나눠내기로 했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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