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車 3사 고난의 계절… 17년 만에 1분기 생산 최저치

입력 2021-04-28 16:13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GM),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외국계 완성차 3사가 고난의 계절을 나고 있다.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생긴 데다 노사 갈등까지 겹치면서 경영 정상화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량은 12만5964대로 조사됐다. 1년 전(14만290대)보다 10.2% 감소한 것인데, 이는 매년 1분기 기준 12만210대를 생산한 2004년 이후 17년 만의 최저 수치다. 1분기 내수 판매 역시 지난해 1분기보다 23.8% 감소한 4만3109대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었다.

르노삼성차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QM6와 XM3 등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부진으로 지난달 내수와 수출이 1년 전보다 각각 52.6%, 6.8% 줄었다. 생산라인은 주간 2교대 근무에서 1교대로 축소됐는데 이 여파로 1분기 생산량은 1년 전보다 32.5% 내려앉았다.

여전히 매듭짓지 못한 지난해 임단협도 르노삼성차의 발목을 잡는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직영사업소 축소와 순환휴업자 복직 등과 관련해 견해차를 보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부터 확대 간부 40여명이 참여하는 지명파업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8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난 20일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서 르노그룹 임원과 비공개 면담을 가지는 등 타협점을 모색했지만, 노사의 원론적 입장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한국GM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에 들어갔다.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1분기 생산은 1년 전보다 4.1% 증가했지만, 반도체 수급난은 점점 본격화하고 있다.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은 이미 절반만 가동되는 상태였고, 이 여파로 지난달 생산량은 1년 전보다 25.0% 감소했다.

지난 19~23일에 부평1·2공장 모두 공장 문을 닫았다가 26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가동률은 50% 수준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창원공장도 다음달 1일부터 절반만 가동된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급히 미국 본사를 찾아 반도체 부품 확보에 나섰지만 성과는 불분명하다.

쌍용차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으면서 1분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8.8% 감소했다. 이달 초에는 픽업트럭인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하면서 반등을 노렸지만 반도체 부족과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지난 8일부터 2주 연속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