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과도한 음주를 하면 하면 항체 생성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면, 1~2잔 수준의 적당한 음주를 할 경우, 별다른 악영향이 없거나 도리어 면역 체계에 이로울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NYT는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백신 접종 후 지나친 음주를 하면 면역 체계가 압박을 받아 백신 반응에 방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백신을 맞은 뒤 신체에서 코로나19 항체가 생성되려면 수주일이 걸리는데, 이 기간 중 면역 반응에 지장을 줄만한 행위를 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1~2잔 정도의 음주가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량 또는 적정량의 음주는 염증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면역 체계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 의과대학 바이러스연구센터장인 일헴 메사우디는 “당신이 진짜로 적당량의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백신을 맞고 술을 마셔도 아무 위험이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적당한 음주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적당한 음주의 기준은 남성은 하루에 최대 두 잔, 여성은 한 잔 정도다. 여기서 한 잔이란 와인은 150㎖, 증류주 44㎖, 맥주 355㎖를 의미한다. 남성 기준으로 네 잔, 여성 세 잔 이상이면 과음으로 간주할 수 있다.
메사우디는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건 위험하다. 면역 체계를 포함한 모든 생물학적 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일은 적당량을 초과하는 분량의 알코올을 마시자마자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음주의 상관관계와 관련한 논란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처음 불거졌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 대상자에게 접종일로부터 2주 전부터 금주토록 했다. 여기에 더해 백신을 맞은 이후 다시 42일 동안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생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세계에서 알코올 소비량이 가장 많은 축에 드는 러시아에서 보건당국의 금주 권고는 상당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백신 접종 후 술을 마셔도 될지를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네브래스카 의대 코로나19 감염병 전담팀을 이끄는 안젤라 휴렛 부교수는 “환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본인들의 면역 반응을 극대화하기 위한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렛 부교수는 “샴페인 한 잔 정도면 아마 면역 반응이 억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당한 수준의 축하주를 마시는 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