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아파트, ‘주거침입’으로 택배기사 고발 논란

입력 2021-04-28 14:09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상일동역 인근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한 택배노동자가 탑차에서 택배 배송 물품들을 내린 뒤 손수레에 실어 개별 배송에 나서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날 논란이 된 해당 아파트 단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항의 문자와 전화로 인해 택배 노동자들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그간 이뤄진 단지 앞 배송을 일시 중단하고 정상 배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측이 택배 기사들을 주거 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아파트는 최근 단지 내 택배 차량 출입 금지 조치로 택배 기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택배 기사들은 배달을 하면서 집 앞에 택배 노동자의 현실을 호소하는 인쇄물을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3일 아파트 측으로부터 ‘택배 기사 2명이 무단으로 아파트 복도에 들어와 집 앞에 전단을 꽂아 뒀다’는 내용의 112신고를 접수받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호소문에는 “지상으로 출입하는 일반 차량(탑차) 대신 저상 차량이나 손수레로 집 앞까지 배송하면 택배 기사들의 노동 시간·강도가 늘어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입주민과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고발인은 아파트 보안팀으로 택배 기사 2명을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발인과 피고발인 택배 기사 2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2일 오전 '택배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대형 아파트 단지 앞에서 강동연대회의와 민생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공원형 아파트 택배 배달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이날 오후 1시쯤 강동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택배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후퇴되는 현실을 감내해야만 하는 문제점을 알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택배 기사들이 일일이 손수레로 배달하면서 호소문을 붙인 건데 이걸 현행법상 주거침입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정말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상일동역 인근 한 아파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세대별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주민 안전과 보도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대신 저상 차량에 한해 지하주차장 출입을 허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도록 했다.

택배노조는 아파트 측의 이런 조치를 ‘갑질’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택배 기사들이 세대별 배송 중단을 결정하며 아파트 단지 앞에 택배를 쌓아둔 뒤 입주민들이 찾아가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그러자 입주민들은 “분실되면 손해배상 청구하겠다”, “본사에 민원을 넣겠다”고 항의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일부 입주민들은 택배 기사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택배 기사들은 개별 배송을 중단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손수레를 끌고 문 앞 배송을 재개했다.

노조 측은 이번 주까지 각 택배 회사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 뒤 다음 달 1일 대의원 투표에서 총파업 돌입 여부를 조합원 투표에 부칠지 결정하기로 했다. 또 배달·퀵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 ‘갑질 아파트 문제 해결을 위한 범시민기구’를 꾸려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