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정직하게 계산해야죠”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

입력 2021-04-28 13:29 수정 2021-04-28 13:38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생전인 2008년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에 상속, 미술, 의료공헌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상속에도 사회적 환원을 강조한 이 회장의 생전 철학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생전에 상속세를 정직하게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1988년 5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상속세는 정직하게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친께서는 ‘살아 생전에는 절세도 하고 낭비를 줄여 부를 축적해야 하나, 사람의 최종 마무리는 상속세로 나타난다’고 말했다”면서 “국민이 납득할 세금을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사회공헌 의무도 강조해왔다. 이 회장은 2005년 신년사에서는 “삼성의 성과는 고객과 사회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음을 인식하고 화합과 상생의 시대를 맞아 이웃과 함께 성과를 누리는 나눔 경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2013년 신년사에서도 “어려운 이웃, 그늘진 곳의 이웃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공헌 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공헌을 통해 국가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03년 보광 휘닉스파크 출장 길에 암퇴치 활동과 관련해 “돈이 없어 치료도 못 받고, 건강진단을 안하니 암을 조기발견 못하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라며 “우리가 매년 조금만 내도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1994년 11월 삼성의료원 설립에 즈음해서는 “건강한 사회와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삼성의료원을 설립했다”며 “병들어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기쁨을 찾을 때 삼성은 국민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라는 글을 의료원 출입구 벽면에 남겼다.

이 회장은 문화사업을 통해 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높이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다. 2004년 리움 개관식 연설문에서는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저술한 에세이에도 “기업들은 거창하게 ‘메세나 운동’ 같은 것만 찾을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몫을 해야 한다. 기업 자체가 사회의 일원이고 21세기는 문화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썼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