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없는 소고기볶음…軍 ‘부실 급식’ 원인은?

입력 2021-04-28 11:36 수정 2021-04-28 13:32
계란후라이와 양념장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격리 장병에게 전달됐다. 오징어콩나물국은 정상 제공했으나 사진에서 제외됐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휴가 복귀 후 일정 기간 격리되는 병사들에게 부실한 급식이 제공됐다는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배식 실패와 부식수령 불량 등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부실 급식이 논란이 된 일선 부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 부대는 육군 12사단(4건), 51사단(1건), 11특전공수여단(1건), 공군 방공포3여단(1건)이었다.

잇따른 부실급식 폭로… 무엇이 문제였나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조사 결과 문제가 됐던 부실 급식 사례 7건 가운데 ‘배식 실패’가 4건, ‘부식수령 불량’이 2건으로 파악됐다.

‘배식 실패’는 급식은 부대 인원에 맞게 정상적으로 공급됐으나 일선 부대의 관리 소홀 등으로 일부 부실한 식단이 나간 경우다. 또 ‘부식수령 불량’은 해당 부대의 급양관이 식수인원보다 부식을 부족하게 청구했다는 의미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특히 육군 12사단 부실 급식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가 복귀 후 격리된 병사들이 폭로한 다른 부대와 달리 일반 병사가 폭로한 4건 모두 ‘배식 실패’, ‘부식수령 불량’이 원인이었다.

일례로 지난 15일 저녁은 ‘군대리아’ 메뉴로 햄치즈버거, 감자튀김, 야채샐러드, 혼합시리얼이 제공돼야 했다. 그러나 해당 부대 급양관이 식수인원 110명 중 60명분의 빵만 받았다. 빵이 모자라자 빵을 반으로 잘라 배식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점심 메인 메뉴인 ‘소불고기당면볶음’을 배식하는 과정에서 소고기가 조기에 소진돼 일부 장병에게는 당면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저녁에도 경계 근무자에게 제공돼야 할 ‘버섯제육볶음’이 없어 햄 2장으로 대체해 제공했다.

19일 점심 메인 메뉴인 ‘돈가스덮밥’ 역시 돈가스 수량이 부족해 잘게 잘라 배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밖에도 육군 11특전공수여단은 12일 아침 메뉴에 제공되어야 할 꼬리곰탕을 정상적으로 받았으나 급양관의 관리 소홀로 휴가복귀 격리자에게는 제공되지 않았다.

또 공군 방공포3여단은 23일 저녁에 메인 반찬으로 제공되어야 할 계란프라이와 양념장이 배식관리 간부의 관리 소홀로 격리 장병에게 배식되지 않았다.

급식단가 등 근본적인 원인 찾아야
군 안팎에선 낮은 급식단가가 부실 급식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병사 급식단가가 낮아 고기 등 메인 반찬이 조기 소진되고 다른 반찬의 질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군 급식단가와 서울시교육청 초·중등생 급식단가 비교. 이채익의원 보도자료 캡처

올해 병사 1인당 급식단가는 8790원(1끼당 2930원)이다. 무상급식을 하는 서울시 초등학생이 1끼에 3768원으로 군 급식단가보다 800원가량 높다. 중학생 급식단가인 1끼 5688원과 비교하면 군 급식단가는 절반에 불과하다.

군 급식 단가가 2012년에는 중학생 대비 63.1%였으나 2021년에는 51.5%로 단기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언급됐다.

일부 부대의 지속적인 부실 급식에 대해 군납 비리 의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육군 12사단의 경우 ‘부식수령 불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는 간부 자질과 능력 문제 이면에 군납 비리가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이채익 의원은 “혈기왕성한 20대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데 먹는 것이 부실하다는 논란 자체가 큰 문제”라며 “국방부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배식 실패 문제를 비롯해 군납 비리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엄정하게 조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