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수영선수 올림픽 포기 “피로 물든 국기 아래 행진 안해”

입력 2021-04-28 11:32 수정 2021-04-28 14:17
미얀마 수영 국가대표인 윈 텟 우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페이스북 캡쳐

미얀마의 수영 유망주가 쿠데타 이후 유혈진압을 멈추지 않는 미얀마 군부에 항의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얀마 수영 국가대표인 윈 텟 우(26)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국민들의 피로 물든 국기 아래에서 행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고통을 가하는 군사정권과 연계된 미얀마올림픽위원회(MOC)와 함께 도쿄올림픽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얀마의 별'이 된 태권소녀 치알 신. 트위터 캡쳐

그는 군사정권이 무방비 시민들에 대해 공습을 지시하고 평화시위대를 죽이라고 명령했으며, 민주화운동가들과 언론인, 예술인 그리고 체육인들에 대한 체포 지시를 계속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MOC는 군사정권의 꼭두각시 조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MOC를 미얀마의 올림픽을 담당하는 정당한 조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태권소녀’로 알려진 치알 신(19)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치알 신은 지난 3월 만달레이에서 거리시위 도중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태권도 강사다. 우는 “그녀의 삶은 우리가 지키기를 원하는 가치들을 구현했다”고 기렸다.

윈 텟 우의 성명서. 페이스북 캡쳐

일본 교도통신은 우가 미얀마의 대표적인 수영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으며, 2019년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기록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우는 SNS에 “미얀마인도 수영에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계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올림픽 출전 의지를 다졌다.

그는 페이스북 소개글에도 “2020 도쿄올림픽을 꿈꾸는 미얀마 수영선수”라고 적는 등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재 호주 멜버른에서 훈련에 매진 중인 우는 “20년간 수영으로 경쟁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내가 처음 수영을 배운 후로 가져왔던 꿈과 작별해야 할 수도 있다”며 올림픽 출전 포기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한편 우의 선택에 미얀마 시민들은 뜨거운 찬사를 보내고 있다. “너무 자랑스럽다” “정말 고맙고, 정말 미안하다” “결정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기에 존경한다” 등의 반응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