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낸다고 28일 밝혔다. 국내 상속세 사상 최대 규모다.
이 회장 유족들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 상속 내용 및 상속세 납부 방안 등을 발표했다.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 회장 유산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19조원과 2조~3조원에 달하는 미술품, 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22조원가량이다.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 11조원, 미술품과 같은 기타 자산 1조원 등 12조원 이상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신고할 때 신고한 세액의 6분의 1인 2조원을 먼저 납부하고, 나머지 6분의 5를 5년간 분할납부제도를 활용키로 결정했다.
다만 유족의 배분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개인별 지분율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공유지분’으로만 신고했다.
이 내용은 공시사항이라 상속세 납부 마감인 오는 30일 이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유족은 이 회장의 사재 1조원을 출연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고,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린 2만3000점에 달하는 미술품은 국가 미술관 등에 기증한다.
유족들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는 현실을 고려해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회장의 평소 어린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반영해 소아암과 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도 총 3000억원이 투입된다.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문화재, 유물·고서·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김환기 화가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모네,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샤갈, 피카소 등 유명 서양 미술작품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넘어간다.
일부 근대 미술작품은 작가의 연고지 등을 고려해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한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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