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상담교사가 성폭력 가해 학생을 데려왔습니다”

입력 2021-04-28 10:55 수정 2021-04-28 13:36

A양은 중학생 시절 동급생들에게 성범죄를 당했다. 그는 이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가해자들을 피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A양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가해 학생인 B군과 B군 부모가 찾아왔다.

B군에게는 교육청의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A양의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교육청 상담교사 C씨가 이들과 동행한 것이었다.

다행히 A양의 담임교사가 B군의 방문을 거절하면서 두 학생이 서로 만나는 일은 없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27일 언론을 통해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뛴다. 다시 찾아올까 봐 두렵다”며 “우리 애를 찾아간 것에 대해서 인정을 하면서도 잘못했다는 말도 없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상담교사 C씨는 대구동부교육지원청 소속으로 해당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상담을 통해 사적으로 알게 된 B군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피해 학생인 A양을 찾아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C씨는 “나도 조심스러웠다.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가해자) 어머니한테 (피해자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로 못 만난다 말했고, (피해자) 담임선생님이 안 된다고 해서 그러면 안 만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순순히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경북 지역 학생 B군 등 10대 3명은 지난해 A양을 성폭행하며 범행 상황을 불법 촬영까지 했다. 해당 영상은 이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퍼져나갔다.

현재 B군은 위력에 의한 유사간음과 음란물 제작 배포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교육청 상담교사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대구교육청은 28일 해당 상담교사에게 경고 조치와 학교 폭력 관련 재교육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경북교육청은 피해자의 학교를 찾아간 사안에 대해 B군에 대한 학폭위원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