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SSG랜더스의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음성채팅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도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야구장에 왔다며 “롯데자이언츠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27일 밤늦게 ‘동빈이형 가만 안도…’라는 제목의 클럽하우스 대화방에서 야구 관련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 방에는 롯데, SSG랜더스 등 여러 구단의 팬 수백명이 접속해 있었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에서 정 부회장은 롯데와 관련된 발언을 주로 했다.
정 부회장은 신 회장을 ‘동빈이형’이라고 부르며 신 회장은 원래 야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자신이 최근 롯데를 도발한 것 때문에 야구장에 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트윈스의 경기를 관전했다. 신 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건 2015년 9월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스와의 경기 이후 처음이었다.
정 부회장은 신 회장이 경기가 7회를 지날 때쯤 경기장을 떠난 것에 대해 “야구를 좋아하면 나가지 않는다”며 “야구를 좋아했다면 지금까지 야구장에 그렇게 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내가 도발하니까 그제야 야구장에 온 것”이라며 “내 도발로 롯데가 불쾌한 것 같은데 그렇게 불쾌할 때 좋은 정책이 나온다. 롯데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어서 더 좋은 야구를 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발언에 일부 팬은 자제를 요청했으나 정 부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롯데와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니다”며 “이런 라이벌 구도를 통해 야구판이 더 커지길 원한다”고 했다. 또 신 회장에게 따로 연락받은 것은 없다며 “동빈이형이 지금이라도 ‘너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초반에 롯데를 자극했을 때 롯데와 저희 사이에 더 많은 말이 오갔다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 좋았을 것”이라며 “동빈이형과는 야구 얘기를 많이 못 하지만 택진이형(NC다이노스 구단주)과는 자주 한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롯데 외에 라이벌로 생각하는 구단이 있느냐는 물음에 키움히어로즈라고 답했다. 그는 “과거 키움이 넥센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넥센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자존심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내몰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우리가 키움을 밟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이 XXX들 잘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키움 이사회 의장인 허민씨와 개인적으로 매우 친하다면서 “허민과는 친하지만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야구단을 인수한 뒤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야구단의 새 이름은 물론 홈구장 운영 계획 등을 직접 밝혀 크게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야구단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 ‘우승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10연승 시 시구를 하고 최하위를 할 경우 벌금을 내겠다고 ‘공약’을 거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