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동빈이형, 내 도발에 등판…다른 라이벌은 키움”

입력 2021-04-28 10:25 수정 2021-04-28 11:46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의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음성채팅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도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야구장에 왔다며 “롯데자이언츠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27일 밤늦게 ‘동빈이형 가만 안도…’라는 제목의 클럽하우스 대화방에서 야구 관련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 방에는 롯데, SSG랜더스 등 여러 구단의 팬 수백명이 접속해 있었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에서 정 부회장은 롯데와 관련된 발언을 주로 했다.

정 부회장은 신 회장을 ‘동빈이형’이라고 부르며 신 회장은 원래 야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자신이 최근 롯데를 도발한 것 때문에 야구장에 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트윈스의 경기를 관전했다. 신 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건 2015년 9월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스와의 경기 이후 처음이었다.

정 부회장은 신 회장이 경기가 7회를 지날 때쯤 경기장을 떠난 것에 대해 “야구를 좋아하면 나가지 않는다”며 “야구를 좋아했다면 지금까지 야구장에 그렇게 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내가 도발하니까 그제야 야구장에 온 것”이라며 “내 도발로 롯데가 불쾌한 것 같은데 그렇게 불쾌할 때 좋은 정책이 나온다. 롯데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어서 더 좋은 야구를 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발언에 일부 팬은 자제를 요청했으나 정 부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롯데와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니다”며 “이런 라이벌 구도를 통해 야구판이 더 커지길 원한다”고 했다. 또 신 회장에게 따로 연락받은 것은 없다며 “동빈이형이 지금이라도 ‘너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초반에 롯데를 자극했을 때 롯데와 저희 사이에 더 많은 말이 오갔다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 좋았을 것”이라며 “동빈이형과는 야구 얘기를 많이 못 하지만 택진이형(NC다이노스 구단주)과는 자주 한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롯데 외에 라이벌로 생각하는 구단이 있느냐는 물음에 키움히어로즈라고 답했다. 그는 “과거 키움이 넥센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넥센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자존심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내몰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우리가 키움을 밟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이 XXX들 잘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키움 이사회 의장인 허민씨와 개인적으로 매우 친하다면서 “허민과는 친하지만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야구단을 인수한 뒤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야구단의 새 이름은 물론 홈구장 운영 계획 등을 직접 밝혀 크게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야구단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 ‘우승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10연승 시 시구를 하고 최하위를 할 경우 벌금을 내겠다고 ‘공약’을 거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