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시 기념물 제6호(1988년 지정) 팔거산성 정밀발굴조사 중 7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木簡·나무로 제작된 문서)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당시 팔거산성의 성격을 유추해볼 수 있는 역사적 자료가 출토됨에 따라 팔거산성 복원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발굴조사는 대구 북구 노곡동에 있는 팔거산성 정비·복원에 필요한 고고학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대구지역에서 신라 목간이 출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 11점이 발견됐는데 이중 8점에 글자와 글자의 흔적이 있었다. 임술년(壬戌年), 병인년(丙寅年) 등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干支)와 보리(麥), 벼(稻), 콩(大豆) 등 곡식 이름도 등장한다. 임술년과 병인년은 각각 목간이 제작된 602년과 606년으로 추정된다. 곡식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당시 세금이나 물품을 징수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대구시는 밝혔다.
내용이 곡식과 관련된다는 점과 삼국시대 신라의 지방 거점이 대부분 산성이었다는 점, 앞서 신라 목간이 출토된 곳이 대부분 군사·행정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팔거산성도 지방 거점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따르면 목간이 제작될 무렵인 7세기 초반부터 백제가 본격적으로 신라를 침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신라의 서쪽지방 방어가 중요해졌고 낙동강과 금호강 합류 지점 인근에 위치하면서 그 주변의 수로나 육로를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팔거산성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삼국사기’ 지리지에 대구의 한 지명으로 등장하는 팔거리현(八居里縣)이 팔거산성이 위치한 대구 칠곡 지역을 가리킨다고 막연하게 추정해 왔는데 이번 목간 발견으로 이 가설이 한층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번 발견으로 지역에서 팔거산성의 국가사적 승격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에서 목간 이외에도 석축(石築) 7기, 집수지(集水地) 2기, 수구(水口) 등의 유구가 발견됐다. 팔거산성 인근에는 2018년 사적으로 지정된 구암동고분군(5~6세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도 있다. 대구시와 북구는 팔거산성과 구암동고분군 일대를 복원해 지역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