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74)이 할리우드 영화계를 향한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당당한 태도로 재차 이목을 모았다.
윤여정은 28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 아시안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오면 한국에 있는 분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동경(admire)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미국에) 계속 오는 이유는 내가 미국에 와서 일하게 되면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NBC방송은 그런 윤여정에 대해 ‘K그랜드마’(한국 할머니)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윤여정은 글렌 클로스와 브래드 피트를 존경한다고 했지만, 작은 경고사항이 있다. 그는 할리우드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지난 25일 시상식 당일 한국 특파원단과의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우스갯소리로 “저는 미국 사람들 말 잘 안 믿는다. 단어가 화려하잖아요”라며 “내 퍼포먼스를 존경한다는데 제가 너무 늙어서 그런지 남의 말에 잘 안 넘어간다”고 언급했다.
윤여정은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함께 오른 미국 여배우 글렌 클로스에 대해선 계속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여정은 “2000년대 초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당시 50대인 클로스가 20대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여주인공 블랑쉬를 연기하는 장면을 보고 클로스의 용기가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클로스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기에 도전하며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일이 없으면 따분해진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며 “직업은 여러분의 일부분이고 당신의 이름과 당신 자신을 대변한다”고 얘기했다.
‘미나리’에서 한국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한 윤여정은 뇌졸중을 앓는 순자의 표정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셀러리와 당근을 입 안에 넣어 표정 연기를 시도했고 마지막에는 육포를 넣어 배역을 소화해냈다는 일화를 돌이켰다.
윤여정은 “제가 잘한 것은 없다. ‘미나리’ 대본이 잘 쓰였다”면서 “내가 상을 받았을 때 매우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그것이 제 인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저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고, 다시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1보에서는 admire를 ‘존경한다’고 번역했으나 전체적인 발언의 맥락을 고려해 ‘동경한다’로 바꿉니다. 이는 ‘존경한다’는 표현이 화자인 윤여정을 무례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는 황석희 번역가와 독자들의 지적을 반영한 것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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