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주식을 계열사에 저가에 매도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는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이 28일 전격 구속됐다.
전주지법 김승곤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혐의 사실에 대한 충분한 소명’을 사유로 들었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제기한 문제, 검찰이 적시한 범죄 사실이 타당하다고 보고 구속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이 의원 구속은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편법 증여, 탈세 등 의혹을 제기한 지 9개월 만이다. 노조가 이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시점은 지난해 7월 29일이다.
노조 측은 이스타홀딩스 대표로 있는 자녀가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가 되도록 이 의원이 편법을 썼으며 이는 조세 포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업실적이 없던 이스타홀딩스가 설립 2개월 만에 자금 100억원을 차입해 이스타항공의 주식 524만주를 매입하는 과정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후보 등록을 철회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 경영진을 고발하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그 사이 이스타항공은 경영난, 인수·합병(M&A)을 이유로 직원 정리해고를 시행했고 605명이 거리에 나앉았다. 몇 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않은 채 회사의 고통을 분담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 “회사가 직원 수를 줄여 폐업, 인수·합병에 용이한 외형을 갖추려고 한다”는 비판 섞인 원성도 자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창업주로서 굉장히 안타깝다”면서도 “지분을 헌납하는 것 외에 더는 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기도 했다.
전주지검은 지난해 12월 이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조카인 이스타항공 재무 담당 간부를 구속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검찰이 밝힌 이 의원의 주요 혐의는 이스타항공 주식을 계열사에 저가 매도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에 400억원대 손해를 끼친 배임, 5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려 딸이 모는 포르쉐 보증금, 딸 오피스텔 보증금, 친형 법원 공탁금 등으로 쓴 횡령 등 4가지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결국 이 의원의 구금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헌정사 15번째로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는 기록도 썼다.
한편,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16일 전주지법에 출석할 당시 엘리베이터에서 변호인에게 “사람들이 날 자꾸 건드린다. (그러나) 나는 불사조다. 불사조가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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