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도 상반기 적극 행정 우수 사례’에 최우수로 선정된 사건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다시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부모 휴대전화로 손쉽게 가입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1억이 넘는 금액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은 경악했다. 짧은 기간 천문학적 금액을 사용한 것이 알려져 업체가 뒤늦게라도 환불 조치를 하며 이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문제는 이런 미성년자 앱 과금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27일 방통위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세였던 초등생 A양은 8월 초 열흘간 온라인 스트리밍 앱 ‘하쿠나라이브’에서 1억3000만원 정도를 결제했다. 이 앱은 14세 이상이 사용하도록 설정돼 있지만, 별다른 인증 없이 11세 A양이 가입했다. A양은 뇌병변과 시각장애가 있는 엄마의 휴대전화에 이 앱을 깔았다. 그는 휴대전화에 연동된 카카오페이로 BJ 35명에게 후원금을 쐈다.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내는 회원을 ‘회장님’으로 치켜세우는 분위기에 A양은 한 BJ에게 4000만원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가 쓴 돈은 이 가족의 전세 보증금이었다.
뒤늦게 이런 사태를 안 아빠가 업체 측에 이메일로 읍소했으나 업체는 환불 불가 방침을 내세웠다. A양이 결제한 돈은 회사 계좌에 있었다. 그러나 BJ가 환불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업체는 환불을 좀처럼 해주지 않았다. 업체에 사정해 BJ와 화상 회의를 진행했고, 대부분의 BJ가 환불을 약속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BJ가 환불 거절을 해 가족은 한동안 애를 먹었다. 이 BJ는 ‘미성년자 환불 방침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그 피해를 BJ가 받는다’며 업체를 상대로 대책을 세우라며 버텼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 이 사건이 보도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방통위가 업체에 환불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자 업체는 지난해 11월초 BJ의 동의와 별개로 A양 가족에게 환불을 해줬다.
방통위는 지난 25일 이 사건을 국민 불편을 해결한 가장 좋은 사례로 선정하면서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이용자 보호 법적 근거 미비로 사업자 규제 근거가 없고 서비스 제공 업체가 글로벌 사업자(일본)로 소통 창구 부재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용자 피해 구제 및 미성년자 보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국내 관계사를 설득해 3일 만에 환불 조치를 완료하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국민 편익 증진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환불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콘텐츠 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에 A양과 비슷한 앱 관련 미성년자 환불 관련 사건 접수는 지난 4년간 3600건에 달한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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