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성씨는 부모 협의로… 비혼 출산 논의도 시작

입력 2021-04-27 17:40


정부가 5년 내에 자녀 성(姓)씨를 부모가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버지 성을 따르는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버리고 어머니 성도 따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난자·정자 공여나 대리출산 등으로 이뤄지는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한다. 방송인 사유리씨가 비혼 상태에서 정자를 공여 받아 아이를 낳은 이후 이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여성가족부는 27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향후 5년간 가족정책에 대한 구상을 담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이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에는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도록 법·제도를 가다듬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이혼과 재혼 가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비혼 동거 가족과 같이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가족도 보호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여가부는 법무부와 함께 재혼, 이혼 가정의 자녀가 아버지와 성씨가 달라 차별을 받거나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성 결정 방식을 개선키로 했다. 자녀의 성 결정을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해 자녀의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아버지나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 미혼모인 어머니 성을 따른 자녀가 후에 아버지를 알게 되는 경우, 지금은 아버지 성으로 변경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앞으로는 어머니 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외에 ‘혼중자(혼인 중 출생자)’, ‘혼외자’ 같은 차별적 용어도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난자·정자 공여 등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추진한다. 생명윤리와 관련한 제반 사항과 정자 공여자의 지위, 아동의 알 권리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중에 비혼자의 보조생식술 시술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여가부가 진행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20대는 55%, 30대는 56% 정도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혼자가)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상 시술대상에서 배제되는 점, 공공 차원의 정자은행이 부재해 정자 수여가 어려운 점, 난임시술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점 등 현실적인 제한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설명했다.

비혼 가족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도 이번 계획에 담겼다. 그동안 비혼 동거 형태의 가족은 현행법상 ‘가족’의 범위에 들지 않아 생활, 재산 등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웠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이들도 가족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동거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도 가정폭력으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법령상 배우자에 대한 정의를 개정할 계획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와 관련한 정부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1인 가구의 고립을 막기 위한 지역사회의 자조모임 활동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확대한다.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한부모는 그동안 아동양육비를 받을 수 없었으나 다음 달부턴 함께 받을 수 있다. 아동양육비 지급대상 연령도 만 24세에서 만 34세로 확대한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