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임종필 부장검사)는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 등 5개 혐의로 김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을 하다가 A씨, 여동생, 어머니를 이들의 집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온라인 게임으로 알게 된 A씨가 게임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등 친절을 베풀자 호감을 느끼게 됐다. 그러나 김씨는 A씨와 지인 2명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갑자기 화를 내는 등 돌발 행동을 했고, 이 모습을 본 일행들은 김씨와의 연락을 피했다.
김씨는 지난 1월 24일 A씨의 집까지 찾아갔다. 그는 A씨가 지난해 12월 ‘택배를 받아야 해서 게임을 할 수 없다’며 택배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을 보낸 적 있어 이미 A씨의 집 주소를 알고 있었다.
당시 A씨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거부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김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 등으로 계속 연락을 시도했다. 지난 2월 7일에는 욕설과 함께 “후회할 짓은 하지 말랬는데 안타깝다. 잘 살아봐” 등 위협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이튿날 전화번호를 바꿨다. 김씨는 이 같은 A씨의 행동에 반감을 느껴 살해를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그는 근무하던 식당에 범행 날짜 이후로 며칠 휴가를 요청하고 집 근처 상점에서 청테이프 등 범행 도구를 훔쳤다. 인터넷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를 검색하고, 퀵서비스 기사처럼 보이기 위해 박스를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
김씨는 계획대로 범행 당일인 지난달 23일 오후 5시35분쯤 A씨의 집을 찾아 현관문을 두드리고, 상품을 배달하러 왔다며 박스를 문 앞에 내려놨다. A씨의 동생은 약 5분 뒤 배달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다. 김씨는 그 순간 흉기로 위협하며 집까지 들어가 A씨의 동생을 살해했다. 이후 오후 10시6분쯤 귀가한 A씨의 어머니까지 살해했다.
A씨가 집으로 돌아온 건 오후 11시30분쯤이었다. 김씨는 A씨를 위협해 미리 휴대전화 잠금 패턴을 알아낸 뒤 마지막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이튿날 A씨의 집에 있는 컴퓨터와, A씨의 SNS에 접속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탐색한 뒤 대화와 친구목록을 삭제했다.
검찰은 김씨와 세 모녀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16대를 디지털 포렌식하고 통합신리분석을 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자존감이 낮고 거절에 대한 높은 취약성, 과도한 집착, 피해 의식적 사고, 보복 심리 등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해소하는 반사회적 성향도 가지고 있다고 봤다. 다만 김씨에게 심신장애는 없으며 사이코패스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대방이 자신을 거절할 경우 강렬한 분노감을 쉽게 느끼는 양극단적 대인관계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김씨가 집 앞에 찾아가고 계속해서 연락한 행위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이 법률은 올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이번에는 적용되지 못했다.
검찰은 범죄피해구조심의회를 열어 유족구조금을 지급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유족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와 상속 관련 법률지원도 이어갈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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