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길레온’ 장기집권? 최고령 ‘쇠돌이’ 도약?…K리그는 ‘대권도전’ 열풍

입력 2021-04-28 06:00
아길레온의 K리그 반장선거 포스터. 수원 삼성 제공

“특별재난지원공을 지원하겠습니다” “족보 없는 마스코트는 가라” “김천 특산물 샤인머스캣 5박스 뿌립니다” 지자체 재보궐선거도 끝났고 대선은 1년 가까이 남았지만, 프로축구 K리그는 ‘대권 도전’ 바람이 거세다. 올 시즌 2회째를 맞은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다. 반장 완장을 노리는 K리그1·2 22개 구단 마스코트가 선거 초입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연 이번 선거는 지난 24일 시작해 다음달 4일까지 진행된다. 투표 결과는 실시간 공개하지만 투표 종료 4일 전부터는 비공개로 전환한다. 투표 종료일인 다음달 4일에는 아프리카TV에서 개표방송을 생방송 진행한다. 선거 결과 1위에 당선된 마스코트는 반장에, 2·3위는 부반장에 임명된다. 지난 시즌 반장에 당선된 수원 삼성 아길레온이 27일 오후 현재 1만여표를 얻어 선두를 달리며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다.

K리그 반장선거 후보 포스터 및 유세 사진. 각 구단 제공.

양상은 지난 선거보다 더 뜨겁다. 최고령 마스코트인 포항 스틸러스 ‘쇠돌이’, 올 시즌 새로 등장한 전북 현대의 ‘나이티’가 2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외모가 바뀌거나 새로 등장한 마스코트 중에는 서울 이랜드의 ‘레울’과 울산 현대의 ‘미타’가 많은 표를 받고 있다. 반면 외모가 바뀐 마스코트가 눈에 띄게 순위가 하락한 경우도 있다.

각 구단은 실제 선거를 방불케 하는 질 높은 유세 콘텐츠를 만들어 SNS에서 경쟁하고 있다. 경기장에 붙일 선거 포스터는 물론 마스코트 별로 SNS까지 따로 개설했다. 후보단일화와 전당대회, 내부경선, 후보 수락 기자회견 등 웃음을 유발하는 아기자기한 이벤트도 연다. 연맹 관계자는 “1위부터 꼴찌까지 표 간극이 굉장히 촘촘하게 평준화 됐다”고 설명했다.

연맹이 아이디어를 얻은 건 이웃 일본 J리그의 ‘마스코트 총선거’다. 마찬가지로 팬들의 투표를 받아 최고의 마스코트를 선정하는 행사다. K리그 반장선거는 여기에 각 마스코트의 캐릭터성을 강조하고 선거공약, 유세 등 팬들이 몰입할만한 요소를 추가했다. 지난해는 부반장이 된 대구 FC의 ‘리카’가 온라인예능 ‘내 꿈은 라이언’ 등에 출연하는 등 축구계 바깥에서도 유명세를 타면서 흥행에 더 불이 붙었다.

선거는 각 구단 팬들의 자존심을 건 ‘화력전’의 성격도 있다. 연맹 홈페이지에서 ID 1개당 하루 3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몇 명이 투표하는지 못지 않게 얼마나 부지런히 투표를 하느냐도 중요하다. 지난해 총 투표수가 약 8만5000표, 참여 팬이 1만2377명이었던 데 비해 올해는 시작한 지 나흘만인 27일 오후 4시 기준 각각 9만2895표, 1만3659명이다. K리그의 대표적인 연례 이벤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연맹 관계자는 “반장에 당선된 마스코트는 연맹 SNS에 다음달 한 달간 이미지를 상시 올려놓는 특전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장 완장을 차고 K리그 22개 구단 홈구장을 순회하며 홈팀 마스코트와 콜라보 이벤트를 할 계획”이라면서 “코로나19 전파 상황에 따라 진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