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실적 1등 공신은 비트코인?… 투자자 농락 비판도

입력 2021-04-27 16:37 수정 2021-04-27 16:39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비트코인 투기로 경영상 이윤을 챙겼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7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때아닌 여론의 뭇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를 유도하며 시세를 끌어올린 테슬라가 올해 1분기 실적의 상당 부분을 비트코인 시세 차익에서 충당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결함 시위’ 사건으로 중국 모터쇼에서 이미 한 차례 체면을 구겼던 테슬라로서는 또다시 ‘윤리 경영’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테슬라는 26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투자로 영업비를 절감한 결과 실적에 1억100만 달러(1120억원) 규모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당기순이익 4억3800만 달러(4860억원) 가운데 23%를 비트코인이 떠받쳤다는 얘기다. 이날 공개된 테슬라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비트코인으로 추정되는 ‘디지털 자산’ 2억7200만 달러(3022억원)가 당기 중에 판매된 것으로 나와 있다.

지난 17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언급으로 하루 거래대금이 17조원을 넘어 코스피를 추월했던 도지코인의 시세창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테슬라는 15억 달러(1조667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 결정을 발표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을 흔들었다. 자사 전기차 구매에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으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거침없이 솟구쳤다. 개당 5만 달러 선에 머물던 비트코인은 약 한 달 만에 6만 달러까지 몸값을 불렸다.

외신은 이번 ‘깜짝 실적’이 자동차 판매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며 일제히 테슬라를 비판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테슬라가 고점에서 비트코인을 처분해 수익을 증대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탄소 배출권 신용 판매로 5억1800만 달러(5505억원)를 벌어들였다며 자동차 판매 영업 실적이 다소 부풀려져 있음을 꼬집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급히 여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판 것과 달리 나는 하나도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테슬라의 경우 대차대조표상 현금 보유 대신에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입증하기 위해 비트코인 보유 지분의 10%를 팔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비트코인이라도 얼마든지 시중 통화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 ‘후폭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 만큼 윤리 경영 이슈가 해소되지 않으면 향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비트코인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한 투자자는 머스크를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에 빗대기도 했다. 여기에 테슬라의 고객 서비스 품질 개선이 미미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CNBC는 “테슬라는 연간 자동차 판매량을 100% 이상 늘려왔지만 고객 서비스 센터는 겨우 28% 늘리는 데 그쳤다”며 기나긴 차량 수리 대기 시간에 고객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데도 방관하는 테슬라의 태도를 비난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