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어려워 분노가 반중으로…” 아쉬워한 최문순

입력 2021-04-27 15:30 수정 2021-04-27 15:42
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춘천·홍천 일원에 추진됐다가 국민 여론의 반대로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된 ‘한중문화타운’을 언급하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 지사는 27일 도청 기자실에서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성과를 자평하며 한중문화타운 사업 논란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우리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살기가 어렵다 보니까 혐오 정서, 분노 정서 같은 것들이 확산되고 있고 그것이 반중이나 반일로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며 “나아가 국민의 분노가 페미니즘, 남성 혐오 그리고 강원도에 대한 공격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어떻게 해야겠다는 묘안이 없다. 다만 중국·일본과의 문화교류를 확대하는 방식을 해왔다”며 “일부 역풍을 맞고 있지만 큰 흐름에서 문화교류를 통한 사람 교류를 늘리고 혐오감정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 국민 정서에 어긋나지 않게 혐오가 나오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번 논란은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지난달 29일 게시되며 시작됐다. 중국이 한복·김치의 기원과 독립운동가 출신지 등을 놓고 억지 주장을 펼쳐온 가운데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속 역사 왜곡 논란이 터지자 대중들의 반중감정이 폭발했고, 그 흐름을 타고 등장한 게 바로 이 청원이다. 단 이틀 만에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훌쩍 넘었으며 마감을 하루 앞둔 27일 무려 66만여명이 동참했다.

국민적 공분에도 최 지사는 여러 언론을 통해 도리어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었다. 많은 부분이 오해로 빚어진 ‘가짜뉴스’라며 이를 바로 잡고 사업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그는 “차이나타운이 아닌 중국인 관광객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관광 콘텐츠 사업”이라며 “중국 관련 사업을 활성화하다가 이제 와서 왜 반대하나. 중국 자본은 전혀 없다. 청원 반대 서명이 100만명을 넘어도 이는 가짜뉴스에 근거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해명은 오히려 민심에 불을 질렀고 국민청원장에는 최 지사의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자는 “탄핵 사유는 그의 무능함과 독재성이다. 국민일 분노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과거 최 지사는 본인을 공동 투자자로 칭하며 이 사업을 ‘마음속의 일대일로’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꿈꾸는 중화사상을 지지하며 위대한 중국 문화를 알리겠다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에는 현재 6만4000여명이 참여했다.

국민 반대라는 벽에 부딪힌 한중문화타운은 결국 사업자인 코오롱글로벌이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며 사실상 백지화됐다.

최 지사는 이날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대선에 나갈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있다”며 “일단 알펜시아 매각과 2024 강원청소년겨울올림픽 남북 강원도 공동개최 등 남은 기간 이 일들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원도 정치인은 강원도 인구가 전국 3%밖에 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함께 짊어지고 있다”며 “이것을 돌파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직은 출마하라는 사람보다 불출마를 선언하라는 사람이 더 많다”고 웃었다.

같은 강원도 출신이자 ‘여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고는 “국내 정치는 지역과 지역의 대결로 또 연합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강원도 인구 3%는 연합의 대상으로 부족하다”며 “이 의원도 뜻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강원도 정치인에 대한 적극적인 성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