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세명, 의자는 두개…폰데어라이엔 “상처받았다”

입력 2021-04-27 13:45 수정 2021-04-27 14:20
유튜브 AFP Português 캡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달 초 터키 EU 정상회담에서 발생한 좌석 배치 의전 논란에 대해 남녀의 불평등한 대우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6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연설에서 이 사건을 ‘소파 게이트’라고 부르며 “여자이기 때문에 서 있는 채로 남겨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나는 유럽 위원회의 첫 여성 의장”이라며 “2주 전 터키를 방문했을 때 나는 위원장으로 대우받길 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는 유럽 조약에서 대우받았던 방식에 대해 어떠한 정당성도 찾을 수 없었다”며 “결론은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양복에 넥타이를 맸더라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이전 회의 사진에서는 의자가 부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여성으로서 유럽인으로서 상처받고 혼자 남겨진 것을 느꼈다”며 “이것은 좌석 배치나 의전에 관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누구인지가 핵심이다. 여성들이 동등하게 대우받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멀리 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나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터키가 여성 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인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것은 EU 집행위원회에 우선순위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홀대했다는 좌석 배치 의전 논란이 일었다.

정상회담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에르도안 대통령, 미셸 의장과 만났다. 회담 당시 의자는 단 두 개만 놓여 있었으며 의자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셸 의장이 앉아 있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서 있어야 했다.

자신이 앉을 의자가 보이지 않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당황해하며 ‘에헴’이라는 소리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별도의 의자는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옆에 있던 긴 소파에 혼자 앉았다. 그의 맞은편에는 터키 외무장관이 착석했다.

EU 의전상 집행위원장과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같은 예우를 받는 게 원칙이다. 또 EU 집행위원장은 국가로 치면 행정부 수반(총리나 대통령)과 같은 지위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