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첫날 해외여행을 떠나려다 항공기 기체 결함으로 여행이 28시간 지연된 승객들에게 항공사가 최대 7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진재경 판사는 승객 125명이 에어아시아엑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에어아시아엑스는 원고들에게 각 65만~70만원을 지급하라”고 27일 판결했다. 소송비용의 20%는 원고가, 80%는 피고가 내도록 했다.
승객들은 2019년 9월 12일 오전 10시40분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이날은 추석 연휴 첫날로 대부분 승객이 연휴맞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기체 결함으로 오후 2시 항공편 운항 취소가 결정됐고, 항공사는 대체항공편 시각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출국이 불투명한 상황이 되자 일부 승객들은 추가 금액을 내고 다른 항공사 티켓을 구입했다. 빠른 항공편을 찾다보니 김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 에어아시아엑스는 이날 저녁 나머지 승객들에게 대체 항공편 제공을 공지했지만, 승객들은 예정보다 28시간 늦은 다음날 오후 2시40분에야 출국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승객 5명은 예약해둔 해외 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승객들은 항공편 지연으로 인해 여행에 차질을 빚는 등 큰 손해를 입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조정 절차를 거쳐 서울중앙지법에서 ‘항공사가 승객들에게 6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나왔지만, 항공사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진 소송 과정에서 재판부는 같은 취지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으나 에어아시아엑스 측은 이번에도 불복했다. 기체 결함은 항공사에서 예측할 수 없는 측면이 있고, 소형 항공사 입장에서 지불하기엔 배상 금액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결국 판결을 통해 승객 1인당 65만~70만원의 배상액수가 정해졌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덕수 김지혜 변호사는 “최근 기체결함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과 관련된 항공사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추세”라며 “지연 시간이 길었고, 여행을 시작하는 출국편이었던 점 등이 배상 액수에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