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이 비행기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가 탑승금지 조치를 당해 14시간 넘게 운전해 집에서 의회까지 출근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미 알래스카항공은 25일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으려 한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로라 라인볼드(공화당)를 비행기에 탑승시키지 않았다.
이 항공사 대변인은 “라인볼드 상원의원에게 마스크 착용에 대한 지침을 계속 따르지 않으면 탑승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며 “그가 이를 지키지 못해 탑승 유예를 즉시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라인볼드 의원의 탑승 유예기간은 회사 내부 검토로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알래스카항공은 승객에게 여객기에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비행 중 모든 시간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도록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탑승 거부, 강제 하기와 같은 조처를 한다고 홈페이지에도 명시해 놨다.
항공사 조처에 대해 라인볼드 의원은 “마스크를 안 쓰면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사실을 통지받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CNN은 이번 조치로 그녀가 일하기 더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알래스카항공은 라인볼드 의원의 집이 있는 앵커리지 북부에서 주도인 주노까지 가는 유일한 정기 항공편을 운항하는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라인볼드 의원은 25일 주노에 가기 위해 캐나다 영토를 거치고 페리선을 타는 여정을 거쳐 14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의 비상권한을 연장하는 법안이 상정될 예정인 주노에 26일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다.
AP통신은 그가 지난주 주노 국제공항에서 이 항공사 직원과 마스크 착용 지침과 관련해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촬영됐고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다고 전했다. 동영상에 따르면 항공사 직원은 라인볼드 의원에게 입과 코를 가리도록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요구하는 듯한 동작을 했다.
라인볼드 의원은 ‘마스크 착용에 예외를 요구했느냐’는 현지 언론의 질문에 “알래스카항공의 모든 직원에게 논리적으로 대했다”라고만 답했다.
코로나19 백신 불신론자이기도 한 라인볼드 의원은 작년 11월에도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이 항공사 직원을 ‘마스크 괴롭힘꾼(bully)’이라고 지칭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항공사 직원들과 자주 충돌을 빚어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