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폭증’ 인도 교민들, 항공편 중단에 “버림받았다”

입력 2021-04-27 03:40 수정 2021-04-27 03:40
지난해 9월 5일 인도 첸나이 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인 교민 귀국용 전세기. 연합뉴스(첸나이한인회 제공)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인도에 거주 중인 교민들이 한국 정부의 한·인도 간 부정기 항공편 운항허가 중단 소식에 ‘패닉’에 빠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5일 “전날부터 인도발 부정기편 운영 허가를 일시 중지했다”고 밝혔다. 주인도한국대사관도 26일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공지하며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내국인(한국인) 이송 목적으로 운항하는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 달 예정된 귀국 특별기 6∼7편의 운항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항공사와 여행사는 잠정적으로 특별기 운항 날짜를 정해 이미 예약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귀국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교민사회에서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강호봉 재인도한인회장은 “매일같이 뜨는 정기편이야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정부가 어떻게 한 달에 몇 차례 뜨지도 않는 특별기 운항을 막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인도 교민은 여기에서 죽으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교민은 “항공편 운항 중단 소식을 접한 아내가 펑펑 울었다”면서 “나라에서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교민사회의 공포감이 말도 못 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현재 인도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35만명에 이르는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병원 중환자실도 부족해 감염 후 상태가 나빠지더라도 치료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9일 교민 A씨가 산소호흡기를 갖춘 중환자실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뒤늦게 병상을 확보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입원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민은 “병원 복도에서 대기하던 도중 옆 병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사망했다”며 “하지만 인력이 모자라는지 한동안 시신을 치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운 좋게 중환자용 병상을 얻더라도 산소호흡기 외에는 사실상 아무 치료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교민은 “주위 교민이 계속 감염되고 있다”며 “한 지인은 재택근무를 한 지 8∼9일째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는지도 모르니 더욱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주인도 대사관에 보고된 누적 교민 확진자는 100여명이다. 그러나 대사관에 알려지지 않은 감염자가 많은 만큼 실제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사관에서도 한국 직원과 현지 직원 등 10명이 집단감염된 상태다. 인도 내 교민 수는 약 1만1000명으로 확인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