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조남관 한동수 한동훈 임은정 등… 총장 심사 대상

입력 2021-04-26 18:24 수정 2021-04-26 18:25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장관은 ‘대통령 국정 철학과의 상관성’을 차기 검찰총장 인선 기준으로 언급했다가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포함된 심사대상자 10여명의 명단을 전달했다.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돌입한 추천위는 오는 29일 첫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3~4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새 총장은 빠르면 다음달 말쯤 임기를 시작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26일 오전 추천위 위원들에게 심사대상자 명단과 심사 자료를 전달했다. 심사대상에는 이 지검장을 비롯해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한동훈 검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조사를 진행했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자들은 지난달 국민 천거 절차에서 추천된 인물들이 모두 포함됐다고 한다. 추천위 운영규정에는 ‘법무부 장관이 국민 천거 기간에 추천된 인사들 중 검찰총장 후보에 적합한 사람을 심사대상자로 제시한다’고 돼 있다. 일각에선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이 심사대상에 포함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천거된 대상자 전원의 심사자료를 그대로 추천위에 보냈다”며 “장관이 일부 명단을 선별해 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선 장관이 관례적으로 심사 대상 명단을 보내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지검장이 심사대상에 포함된 것을 문제 삼긴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다만 박 장관의 발언과 맞물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중요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장관은 앞서 차기 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한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한 검찰 간부는 “밖에서 무슨 비판을 하든 최종적으로는 ‘우리 편’ 총장을 앉히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언론에서 지적하는 그런 부분을 유념하겠다”며 “정치검찰 탈피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었다”고 말했다.

추천위원들은 전달된 심사 자료를 살펴본 뒤 오는 29일 회의를 연다. 회의에서 3명 이상의 최종 후보군을 추려 박 장관에게 추천한다. 박 장관은 이들 중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 및 인사청문회 절차를 고려하면 새 총장은 5월말이나 6월초쯤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이 추천위에서 총장 최종 후보군에 포함될 경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총장 유력 후보로 분류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