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은 류현진의 보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켜봐야 알 수 있지만, 아마도 괜찮을 것 같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찰리 몬토요 감독은 강판을 자처한 선발투수 류현진의 몸 상태에 대해 이런 말로 낙관했다. 류현진에게 심각한 부상이 없다면 몬토요 감독의 말대로 ‘좋은 소식’이다. 류현진을 위해서도, 토론토를 위해서도 그렇다. 에이스의 작은 통증에도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부상 병동’ 토론토 마운드의 절박한 상황을 말해 준다.
류현진은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호투를 이어가던 4회말 2사 때 1루 때 이례적으로 먼저 교체를 요청했다. 탬파베이 레이스 6번 타자 마누엘 마누엘 마르고에게 안타를 맞은 뒤였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잡고 다음 이닝을 완주하면 승리투수 요건을 채울 수 있었지만, 오른쪽 엉덩이에 통증이 찾아왔다.
류현진은 3⅔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갑작스럽게 투입된 동료 팀 마이자부터 후속으로 등판한 5명의 불펜은 무실점 경기를 이어갔다. 이 틈에 토론토 타선은 5회초 1사 1·3루에서 8번 타자 산티아고 에스피날의 결승 적시타로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은 경기를 마친 뒤 미국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마르고에게 초구를 던질 때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왔지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점검에서 경과가 좋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부상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근육이 긴장한 수준이다. 전혀 심각하지 않다”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류현진이 교체될 때만 해도 우려가 높았다. 류현진은 토론토 선발 로테이션에서 첫 번째를 책임지는 에이스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자 속출로 ‘완전체’를 구성하지 못한 토론토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에이스의 전력 이탈은 단순한 투수 1명의 부상 정도로 설명할 수 없는 위기를 불러 온다.
선발진에서 네이트 피어슨, 로스 스트리플링은 이미 부상자 명단에 있다. 자칫 류현진이 부상을 당하면 ‘4승 무패’의 스티븐 마츠와 로비 레이만이 선발 자원으로 남게 된다.
미국 CBS스포츠는 “토론토가 이미 가동하는 ‘불펜 데이’를 당분간 더 운영할 수 있다”며 류현진의 부상을 우려했다. 불펜 데이는 중간계투 위주로 마운드를 꾸리는 경기를 말한다.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을 교체한 뒤 5명의 불펜에게 1이닝 안팎을 맡기며 무실점 승리를 지켰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소속이던 2014년 8월 오른쪽 둔부 염좌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당시와 비슷한 부위에서 이날 이상 증세를 느꼈지만 류현진은 “그때와 통증을 느낀 위치가 다르고 강도에 차이가 있다. 2014년에는 마운드를 내려올 때도 아팠지만, 지금은 같은 증세가 없다”며 “내일부터 다시 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