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21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발표하자, 부동산시장은 이 조치가 재건축 추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느라 분주했다. 특히 구역 지정 발효(27일)까지 남은 일주일간 일부 지역에선 매물을 찾는 연락이 이어졌다.
주요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현장에서는 거래가 거의 성사되지 않았다.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사실상 규제 완화 마지막 단계라고 인식하면서 눈치싸움만 이어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하루 전인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매물을 찾는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회장님’ ‘사모님’이라 불리는 매도자들은 마지막까지 호가를 올리기 위해 매수자 의중을 떠보는 중이었다. 시범아파트를 취급하는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손님을 붙이면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여서 그나마 주말까지 한두 개 있던 매물도 오늘은 다 들어갔다”라며 “호가가 2억~3억원 올라서 막상 거래를 붙여도 사려는 사람들이 쉽게 따라갈 금액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범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소식이 알려지자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재건축 조합이 이미 설립돼 6·17부동산대책에서 신설된 실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좋은 매물로 분류됐다. 당장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당일인 지난 21일에도 118.12㎡가 역대 최고가인 26억원에 거래됐고, 평균 호가도 2~3억원 올랐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전체적으로는 매도자는 팔 마음이 없고, 매수자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눈치 싸움’에 들어간 형국이었다. B공인중개사 대표는 “(시범 아파트는) 물건도 없고 손님도 없는데 왜 거래가 늘었다는 기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광장 아파트에 3~4건 정도 거래됐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미친 듯이 가격이 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의도 광장 아파트는 1~2동이 안전진단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3동, 5~11동은 조건부 재건축 가능 판정을 받았다.
양천구 목동도 분위기가 가라앉긴 마찬가지였다. C공인중개사 대표는 “대놓고 매물을 거둬들인 것은 아닌데 매수 세력 전화가 없으니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목동이 원래 안전진단 1차 통과해도 거래는 제한적으로 늘었고, 통과가 안 돼도 매물을 내놓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하리라는 낙관 속에서도 당장 거래가 급할 것은 없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목동 주요단지 호가는 3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지만, 매물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지역 재건축 아파트와 비교해 학군 문제로 인한 실거주 수요가 많은 것도 거래가 급증하지 않은 요인이다. D공인중개사 대표는 “목동 아파트는 재건축하기엔 너무 새 건물들이고 학교 때문에 실거주들을 해야 하는 곳”이라며 “(규제가 완화해도) 재건축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정진영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