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배우 윤여정씨가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해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끊임없는 열정으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분들에게까지 공감을 준 윤여정 님의 연기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성과 연출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데 이은 영화계의 쾌거”라며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높여주었고, 무엇보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께 큰 위로가 되었다”며 이같이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인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102년 한국 영화사의 역사를 ‘연기’로 새롭게 썼다는 데에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또한 미국 이민 2세인 정이삭 감독, 배우 스티븐 연과 우리 배우들이 함께 일궈낸 쾌거여서 더욱 뜻깊다. 이번 수상이 우리 동포들께도 자부심과 힘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 ‘미나리’는 우리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한 가족의 이민사를 인류 보편의 삶으로 일궈냈고,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며 “우리들의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낸 윤여정 님의 연기가 너무나 빛났다. 다시 한번 수상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25일(현지시간) 열린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품에 안은 셈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루지 못한 성과다.
윤씨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쳤다. 수상자 호명은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직접 나섰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다. 윤씨는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이로써 윤씨는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