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 수 있을까”… 검사, 역학조사, 예방접종까지 맡은 보건소

입력 2021-04-26 16:58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전날 대비 797명 늘어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하루에 600명씩 검사 결과를 입력해야 하니 직원들이 집에 가서도 쉬지 못합니다. 올여름을 어떻게 넘길지 걱정돼요.”

전국보건소장협의회장인 허목 부산 남구보건소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보건소 부담을 덜어주지 않고는 예방접종을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년 넘게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을 지켜온 보건소들이 예방접종 업무까지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휘청이는 모습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접종을 시작한 뒤로 부담이 급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소 자체 접종 외에 지역예방접종센터에도 보건소 인력이 대거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접종자들을 안내하고 전산 자료를 입력하려면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접종센터 의사·간호사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허 소장은 “우리 직원 15명 정도가 예방접종센터에 달라붙어 있다”며 “나도 하루의 3분의 1을 접종센터에서 일할 의사 수소문하는 데 쓴다”고 말했다.

게다가 보건소를 찾아오는 내소 접종, 방문 접종도 해야 한다. 관내 민간 위탁의료기관으로 백신을 보내고 문의사항을 해결하는 일도 보건소 몫이다. 이은주 서울 노원구보건소장은 “(보건소의) 역량이 100이라면 예방접종을 시작한 뒤론 150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야근·당직비 증가 폭만 따져도 그렇다고 했다.

민생과 방역 사이에서 줄을 타는 정책도 보건소를 지치게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는 대신 내놓은 ‘검사 확대’ 기조가 대표적이다. 증상 유무·역학적 관련성 없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한 결과 오히려 유증상자나 접촉자를 관리하기 버거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보건소의 업무가 과중하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확보한 인력을 보건소의 행정 업무에 투입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간호 인력 파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자체 내의 업무 공백이나 인력 부담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윗돌 빼 아랫돌 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대로 파견을 보내는 식의 땜질식 대책으론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