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음주운전 사고로 햄버거 가게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6살 아이를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2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1-3부(정계선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를 받는 김모(59)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씨 측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찰은 가볍다며 각각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어떤 형으로도 피해자의 사망은 되돌릴 수 없고 유족의 상처도 치유되기 어렵다”며 “원심은 대법원 양형기준에서 가장 높은 형을 선고해 최대한으로 유족과 피해자를 위로하고자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과실범이지만 음주운전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 피해자의 사망과 상해에 대해 고의범에 가까운 책임을 져야 함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계속 반성문을 내며 ‘죽을죄를 지었다’, ‘용서받을 수 없는 범행을 했다’며 참회하고 있고, 반성문은 거짓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아무리 반성과 후회해도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참혹한 결과는 오로지 피고인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참회가 진심이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 유족은 선고 후 오열을 터뜨렸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한동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인도의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인도에 앉아있던 이모(6)군을 덮쳤다. 이군은 햄버거 가게 안으로 들어간 엄마를, 형과 함께 밖에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군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이군의 어머니는 두 아들이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하자 코로나19 염려에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포장 주문을 위해 혼자 가게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이날 조기 축구를 하고 술을 마신 뒤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이군의 아버지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감형이 안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무기징역이 나와도 절대 용서할 수 없지만, 재판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아이를 지키지 못한 못난 죄인 엄마인 저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며 “양형기준은 권고사항일 뿐이지 않나. 무기징역이 있는데 왜 징역 8년형에 불과하냐”며 오열했다.
이어 “그게 왜 최고형인가. 차라리 저를 벌하라. 제발 바꿔달라”고 말하다가 쓰려져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퇴장했다.
피해 아동의 외할머니는 “저희 딸은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사형수 같은 마음으로 산다”며 “우리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평생 마음에 안고 산다”고 말했다.
2018년 말부터 시행된 일명 윤창호법(특가법 개정안)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한 기본형량은 징역 2년 이상~5년 이하에 불과하다. 가중처벌 요인이 있어도 징역 4년 이상~8년 이하가 양형 기준이 된다.
양형기준이란 판사들이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기준을 말한다. 판사가 반드시 따라야 할 구속력은 없지만, 양형기준에서 벗어나는 형을 선고할 경우 판결문에 그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