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진행 중인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작업으로 제주의 독특한 식생인 곶자왈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작업 과정에서 주변 식생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제 매뉴얼을 재수립하고 현장 확인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곶자왈사람들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서귀포시로부터 제주영어교육도시 사업장에 대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명령을 받고 감염목 60그루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곶자왈이 크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작업로를 새로 만들면서 종가시나무, 단풍나무 등을 베어냈고 하부 식생은 장비 바퀴에 깔려 형체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작업로를 내기 위해 주변 암석을 깨거나 함몰지를 메우는 평탄 작업을 하고, 궤(바위굴)의 입구를 막아 그 위를 작업로로 이용하는 등의 훼손 상황도 확인됐다.
지난 3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등 동부곶자왈 지역의 방제 과정에서는 40곳이 넘는 제주고사리삼 자생지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제주고사리삼은 제주에서도 제주 곶자왈 저층 습지에서만 볼 수 있어 환경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제주도는 곶자왈에서 재선충 방제 작업을 할 경우 기존에 만들어진 작업로를 이용한 방제를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작업로에서 추가 작업로를 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행정시에서는 작업 과정에 추가 작업로 개설 금지, 수목 훼손 최소화 등의 매뉴얼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업체가 바뀌는 경우 기본 지침을 더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곶자왈사람들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내고 제주도에 근본 대책을 요구했다.
곶자왈사람들은 “지금처럼 방제업무 담당자나 사업체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대책이 아니라 누가 언제 업무를 추진하더라도 곶자왈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관된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곶자왈 방제 시에는 중장비 사용 금지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곶자왈은 우거진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킨 곳을 의미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어다. 화산활동의 결과로 생긴 요철지형으로 그 위에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낮은 숲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돌이 많아 생산성이 낮은 땅으로 인식되었으나 지하수 함양은 물론 다양한 남·북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며 제주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