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법관의 직업적 양심보다 개인 양심 우선한 게 아닌가”

입력 2021-04-26 15:08 수정 2021-04-26 15:22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부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담당 재판장이 ‘사법농단 연루자를 단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임 전 차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아 “기회를 주신다면 간략히 이야기하겠다”며 발언 기회를 얻었다. 서류를 꺼내 든 임 전 차장은 “재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를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제보가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2019년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었다”며 “당시 주장사실에 대한 소명이 없어 기각됐고, 소명할 자료가 없어 더 문제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의혹을 다룬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임 전 차장의 설명이다. 조선일보는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에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10명을 면담했다고 지난 2월 보도했다. 해당 보도엔 이 자리에 참석한 윤종섭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연루자를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공판준비기일에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임 전 차장 측은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임 전 차장은 공판준비기일에 윤 부장판사가 언급한 헌법 103조를 다시 꺼냈다. 그는 “재판장께서는 헌법 103조를 근거로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언급했는데, 헌법 103조가 말하는 법관의 양심은 헌법 19조가 말하는 개인적 양심과 확연히 구별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발언을 재판장께서 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재판에 임했다면 법관으로서 직업적 양심보다 개인적 양심을 우선시한 게 아닌가 깊은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조회에 법리적 문제가 없으니 신청을 받아들여 달라는 요구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사는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공정성에 대한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 측의 의견을 살펴본 뒤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윤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발언과 관련해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임 전 차장 측이 기피신청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1호 유죄 판결’을 내린 후 재판부는 임 전 차장 측에 기피신청 등 의견이 있다면 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의견을 내는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