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74)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자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품에 안았다며 찬사를 보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타게 됐다면서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CNN은 특히 윤여정이 “(연기에서) 경쟁을 믿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동료 후보자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되기 전부터 유력한 수상 후보였다며 이번 수상은 그리 놀날 일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윤여정의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연기가 영화 ‘미나리’의 깊이를 더했다고 전했다. NYT는 평론가 A.O.스콧을 인용해 “윤여정은 장난기 가득하지만 전통적인 지혜는 물론 전쟁의 상처, 가난, 역경을 간직한 할머니의 모습을 훌륭히 표현해냈다”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은 ‘대단한 챔피언’(What a champion)라며 윤여정의 수상 장면이 판에 박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윤여정이 무대에 올라 브래드 피트에게 “저희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냐”라는 농담으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고, 자신의 이름을 잘못 부른 사람들을 “용서했다”면서 유머와 센스가 넘쳤다고 전했다.
이어 윤여정이 미나리의 감독과 스태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경쟁자였던 글렌 클로스 등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등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일을 하게 해 준 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끝내는 등 인상적인 모습의 ‘챔피언’이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윤여정을 “한국 영화계의 아이콘”이라고 소개했다. 로이터는 윤여정이 미나리에서 파격적인 할머니 역할로 오스카상을 거머쥐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올해 ‘미나리’에서의 역할로 많은 트로피를 손에 쥔 후 오스카상 수상자의 선두주자였다”며 이미 예견된 수상이라고 전했다.
윤여정은 이날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았다. 아시아계 수상은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탄 일본 배우 고(故)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