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개가 아녜요” 무례함도 노련하게 받아친 윤여정[영상]

입력 2021-04-26 14:14 수정 2021-04-26 17:06
AP 뉴시스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영화계 새 역사를 쓴 배우 윤여정이 시상식 백스테이지에서 받은 외신기자의 다소 무례한 질문을 노련한 대답으로 받아쳤다.

해외 매체 버라이어티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제93회 2021 아카데미 시상식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한 외신기자는 윤여정을 향해 “브래드 피트에게서 어떤 향기가 났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윤여정의 수상소감이나 연기 인생이 아닌,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이자 앞서 시상자로 등장한 브래드 피트를 만난 소감을 궁금해하는 듯한 우문이었다.

이에 윤여정은 “나는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는 뼈있는 답변을 한 뒤 웃었다. 이어 “브래드 피트는 내게도 무비 스타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처럼 그 순간이 ‘블랙 아웃’ 됐다”며 “내 친구에게 ‘내가 어딨지?’ ‘잘 말하고 있나?’ 하고 계속 물어봤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에는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질문하지 말아달라”는 재치 있는 말을 덧붙이며 자연스럽게 질문을 넘겼다.

'브래드 피트의 냄새가 어땠냐'는 질문을 받은 직후 윤여정 반응. 트위터 영상 캡처

이날 윤여정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마련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도 브래드 피트 관련 질문을 받았다. 그는 브래드 피트가 시상자로 나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 것에 대해 “브래드 피트가 제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게 아니다. (제 이름을 제대로 말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수상소감을 시작하며 ‘윤여정’이라는 이름을 바로 잡은 것이 브래드 피트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또 ‘브래드 피트와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장르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영어도 안 되고 나이도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은 꿈꾸지도 않았다”며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서 답변할 게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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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은 현지에서 진행된 국내 언론과의 만남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브래드 피트 관련 질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다들 브래드 피트 만나서 어땠는지를 묻더라”고 난처해하며 “브래드 피트는 우리 영화의 제작자다. 다음 영화를 만들 때는 돈을 좀 더 써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조금’ 더 써주겠다며 잘 빠져나가더라. 한국에 한 번 오라고 했다”고 웃었다.

앞서 윤여정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함께 후보로 오른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등 쟁쟁한 배우들을 제쳤다. 이번 수상으로 윤여정은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가 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