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끝없는 죽음의 행렬을 본 적이 없다”…최악의 인도, 각국이 도움 나섰다

입력 2021-04-26 12:26 수정 2021-04-26 14:55

“이처럼 끝없는 죽음의 줄을 본 적은 없다.” 인도 서북 구자라트주의 한 화장터에서 일하는 수레 쉬 바이는 뉴욕타임스(NYT)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인도의 주요 화장터에서는 시신을 태우는 불길과 연기가 온종일 쉼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14억의 나라가 전염병 아래로 침몰 중”이라고 묘사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이날 일제히 인도에 대한 긴급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집어 삼키고 있는 인도의 피해는 아직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 증거가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26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오전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전날부터 약 24시간 동안 주별 통계 합산)는 35만2991명으로 일 최다 확진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 21일 이후 6일 내내 신규 확진이 최다치를 매일 뛰어넘는 불행한 기록을 계속하고 있다. 신규 사망자 수도 2812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실제보다 덜 집계됐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인도를 조사한 미시간 대학 역학자인 브라마르 무케르지는 “모델링 결과 실제 사망자 수는 보고된 것의 2배에서 5배라고 믿는다”고 NYT가 보도했다.

인도의 상황이 심각한 건 변이 코로나19 감염 속도가 빨라지면서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했기 때문이다. BBC는 델리와 인도 대부분 병원 병상이 완전히 부족해 환자들이 집에서 머물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자도생이 유일한 생존법이 되면서 산소통, 농축기, 필수 의약품 가격이 폭등하는 중이다. 암시장에서는 산소 실린더 한 개 가격이 670달러로 평상시의 8~1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영국 BBC 뉴스 등은 평소 12∼53달러에 팔리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100㎎)의 암시장 가격은 최근 330∼1000달러까지 폭등했다.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한 코로나19 환자와 감염에 대비해 미리 사두려는 수요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은 뒤늦게 인도 지원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 공식계정에 “팬데믹 초기 미국의 병원들이 압박받았을 때 인도가 지원을 보내준 것처럼 우리도 인도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돕기로 했다”고 남겼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밀리 혼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했다. 인도 생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코비실드(Covishield)’ 생산에 긴급히 필요한 특정 원료물질 공급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인도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긴급 진단 검사 키트, 인공호흡기, 개인 보호장구 물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이날 트위터에 “EU는 인도의 지원 요청에 신속하게 응하기 위해 자원을 모으고 있다”고 적었다. 야네스 레나르치치 인도적 지원 담당 EU 집행위원은 “긴급히 필요한 산소와 약물을 신속하게 공급할 준비가 돼 있는 회원국들과 조율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인도에 수일 안에 산소 호흡기를 포함한 지원 물품을 보내기로 했다. 영국은 이날 인도에 산소 농축기 등 필수 의료 장비를 1차로 보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