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방화복의 선물’…암 투병 소방관 위해 지갑·가방으로 부활

입력 2021-04-26 12:01

광주지역 소방관이 화재진압 현장에서 사선을 넘나들거나 인명을 구조할 때 입고 있던 폐방화복이 가방·지갑 등 문화상품으로 거듭난다.

문화상품 수익금 중 절반은 암 투병 중인 소방관 후원금 등으로 기부돼 소방관에서 시작돼 소방관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광주시 소방본부는 “지난해 협약을 체결한 사회적 기업 119레오㈜에게 내구연한을 넘긴 방화복 250벌을 무상 제공했다”고 26일 밝혔다.

119레오(REO·Rescue Each Other)의 명칭은 소방관과 ’서로를 구하자’는 의미에서 따왔다. 소방관이 우리를 재난에서 지켜주니 우리가 소방관을 지켜주자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신조로 2019년 진행한 사회적 펀딩을 기반 삼아 창업했다. 이후 소방관들이 3년 이상 입다가 폐기하는 아라미드 원단 방화복 등을 소재로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열에 강하고 섬유조직 구조가 촘촘한 아라미드 원단은 인장강도와 탄성도가 뛰어나 항공 우주 군사 분야에서 주로 사용된다.

시 소방본부는 폐방화복이 저마다 30여 개 조각으로 분해돼 손가방, 카드지갑, 팔찌 등으로 제작돼 다음 달 16일까지 광주신세계백화점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념품 가게에서 시민들에게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시 소방본부와 협약을 맺은 119레오는 업사이클링한 ‘폐방화복의 선물’로 발생하는 수익금의 절반을 떼어 장기간 각종 유독물질에 노출돼 중병에 걸린 소방관들을 돕고 있다.

광주시민의 안전을 지켜온 방화복도 재활용돼 병마에 시달리는 소방관을 후원하게 되는 셈이다.

참혹한 현장을 마다치 않고 근무하는 소방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는 물론 유독·유해물질로 인한 원인 모를 질병을 앓게 되는 사례가 흔하다. 심지어 혈관육종암 등 중병에 걸리기도 하지만 화재진압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본인이 직접 입증해야 하므로 공무상 상해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시 소방본부 김영돈 방호예방과장은 “소방관의 생명을 지키던 방화복이 함께 현장을 누벼온 암 투병 소방관들을 돕는 수단이 된다니 다행”이라며 “시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