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격차가 커지면서 국산 백신 개발 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업계는 백신 개발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 어렵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전망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등 5곳이다. 모두 현재 임상 1·2상 중으로, 하반기에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리드는 지난 24일 임상 1상 시험 참여자 30명 전원에서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120명을 모집해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8월엔 임상 3상에 돌입하면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제넥신은 지난달 국내 기업 최초로 후보물질 ‘GX-19N’의 임상 2a상에 진입했다. 올해 말 임상 2상을 끝내고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백신 후보 물질 2개 중 ‘NBP2001’는 임상 1상, ‘GBP510’는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3분기에는 두 후보 중 성과가 있는 물질로 임상 3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유바이로직스, 진원생명과학 역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반면 해외 주요 제약사들의 백신은 이미 상용화돼서 사용 중이다. 화이자, 모더나 등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서 전 세계에 보급 중이다. 최근에는 3상 결과를 발표하며 사용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4만63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백신 예방 효과가 91%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12~15세를 대상으로 FDA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하기도 했다. 모더나 역시 지난 13일 임상 3상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현재 17세 이하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업체들의 백신 개발 속도가 더딘 이유로는 백신을 개발·생산할 수 있는 역량과 설비의 부족이 꼽힌다. 통상 백신 개발엔 7~8년이 걸리고, 실패할 확률도 90%를 넘는다. 임상 3상 시험에만 2000억원이 필요하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14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한 규모다. 애초에 백신 개발 과정의 비용과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개발 속도가 빠른 코로나19 치료제에 집중하다가 백신 개발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간이 1~2년 정도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 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기간도 길고 실패할 확률이 높은 백신보다 치료제 개발쪽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료제의 경우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60세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 경증환자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의 임상 3상 모집·투약을 완료했다고 26일 밝혔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국내 업체들의 백신 개발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임상 3상에 들어가면 개발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는 데다 자금 조달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임상은 일반 의약품과 달리 건강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임상 3상엔 3만명의 피실험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은 데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임상에 참여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 3만명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개발 지원금은 2조원에 달하지만 국내 백신 개발 예산은 2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