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호투를 펼치던 중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시즌 2승 달성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오른쪽 허벅지와 엉덩이 쪽 근육에 이상을 느껴서다.
류현진은 현지시각으로 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만을 내주고 무실점했다. 공 62개를 던졌고, 삼진은 5개를 잡았다.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류현진은 0-0으로 맞선 4회 2사 후 마누엘 마르고트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류현진은 큰 고통을 호소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을 찡그리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피트 워커 투수 코치에 이어 찰리 몬토요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류현진과 대화했다. 류현진은 오른쪽 허벅지를 만지며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결국, 류현진은 마운드를 팀 메이사에게 넘겼다. 더그아웃에 들어간 뒤 류현진은 스트레칭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이 가벼운 오른쪽 둔부 통증을 느꼈다”고 알렸다.
매 이닝 삼진을 잡으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터라 갑작스러운 통증이 더 안타까웠다. 토론토는 류현진에 이어 등판한 투수들이 무실점 역투를 이어간 덕에 탬파베이를 1-0으로 눌렀다.
류현진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뛴 2013∼2019년, 다양한 사유로 10차례 IL(부상자명단)에 올라 재활을 거쳤다. 왼쪽 어깨 통증 관련으로 세 차례, 왼쪽 팔꿈치 문제로 한 번, 경기 중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아 잠시 팀을 떠나기도 했다. 류현진은 2014년 8월에는 이번과 비슷한 오른쪽 둔부 염좌 증세로 15일짜리 IL에 올랐다.
2017년 5월에는 왼쪽 엉덩이 타박상으로 IL 신세를 졌다. 투수도 공격에 참여하는 내셔널리그의 특성상, 류현진은 주자로 2루 슬라이딩을 하다가 다리와 엉덩이 쪽에 불편함을 느껴 IL에 다녀왔다. 류현진은 또 왼쪽 사타구니 근육 손상으로 2018년, 2019년 두 차례 IL로 갔고, 2019년 8월 가벼운 목 통증으로 IL에 다녀온 뒤로 건강한 몸을 유지해 왔다.
류현진은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하이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을 활용해 스트라이크존 상하를 활용하는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탬파베이 타자들의 배트 위로 공이 지나가는 장면도 자주 연출했다. 류현진은 공 12개로 1회를 막았다.
첫 타자 얀디 디아스를 시속 143㎞ 직구로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내 기분 좋게 출발한 류현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빛낸 젊은 거포 란디 아로사레나에게 시속 146㎞ 높은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스틴 메도스는 류현진의 시속 134㎞ 커터를 건드려 평범한 우익수 뜬공으로 돌아섰다.
류현진은 2회 첫 타자 마이크 브로소에게 3루수 강습 내야 안타를 맞았다. 공은 산티아고 에스피날 정면으로 날아갔지만, 타구가 강해 에스피날이 한번에 잡지 못했다. 류현진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브랜던 로를 시속 135㎞ 커터로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한 류현진은 마르고트도 시속 123㎞ 체인지업으로 3루수 앞 땅볼로 막아냈다. 류현진은 조이 웬들에게 시속 124㎞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택해 헛스윙 삼진을 끌어내며 2회를 끝냈다. 3회 1사 후 류현진은 케빈 키어마이어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후속 타자 디아스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시속 136㎞ 커터로 루킹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풀 카운트(3볼-2스트라이크) 접전 끝에 아로사레나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 2루에 몰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메도스에게 시속 145㎞ 직구 승부를 걸어,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무실점 이닝을 늘렸다.
류현진은 4회 아웃 카운트 2개를 쉽게 잡은 뒤 마르고트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후 류현진의 표정이 굳었고, 결국 자진 강판했다. 류현진은 0-0 동점 상황에서 4회를 채우지 못해 승패 없이 등판을 마쳤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00에서 2.60으로 낮췄다. 5차례 등판에서 승리는 한 차례(2패)뿐이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에는 안타도 치지 못했던 토론토는 5회초 귀중한 한 점을 뽑았다. 마커스 시미언과 로우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연속 안타를 쳤고, 조 패닉의 1루 땅볼로 1사 1, 3루가 됐다. 에스피날은 조시 플레밍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토론토는 류현진에 이어 등판한 메이사(⅓이닝), 타일러 챗우드(1이닝), 라이언 보루키(1⅔이닝), 데이비드 펠프스(1이닝), 라파엘 돌리스(1⅓이닝)가 5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합작해 승리를 지켰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