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2000만명분 추가 ‘숨통’… 3분기 제때 수급이 관건

입력 2021-04-25 19:49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도입하기로 계약을 맺으면서 예방접종 계획엔 다소 숨통이 트였다. 국민 선호도가 높고 더 넓은 연령층에서 쓰일 수 있어 집단면역 달성에 큰 힘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화이자를 맞기 위해 접종을 미루는 이들이 많아질 경우 접종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어제 화이자사와 2000만명분(4000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만일의 추가 소요에도 모두 대응할 수 있는 확실하고도 충분한 물량”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부가 구매를 확정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의 2000만명분을 포함할 경우 모두 9900만명분(1억9200만회분)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으로 우려가 확산되던 백신 공급 문제에서 한시름을 덜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면역 지속 기간을 늘리기 위한 ‘부스터 샷’ 경쟁에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화이자 백신이 앞서 있어 수요가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아스트라제네카·얀센)은 접종할 때마다 벡터(전달체)에 내성이 생긴다는 한계를 안고 있고, 합성항원 방식의 노바백스는 예상보다 개발에 오래 걸리고 있다”며 “결국 mRNA 백신이 부스터 샷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소년 등을 포함해 인구집단 전체를 상대로 한 효과성·안전성 경쟁에서 앞서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화이자 백신은 만 16~17세를 상대로 접종할 수 있도록 허가된 데다 만 12~15세 상대 임상도 마쳤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희귀 혈전증 논란으로 만 30세 미만에서 접종이 제한됐다. 얀센 백신도 같은 문제로 일부 대상자에겐 쓰지 못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얀센 백신의 설명서에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 관련 경고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ACIP가 검토한 사례는 15건으로, 모두 여성 접종자였다.

집단면역 달성 시점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정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접종 동의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러나 2~3분기 접종자들이 화이자 백신을 맞기 위해 접종을 미뤄 단기적으론 예방접종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계획대로 수급이 이뤄질지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미 유럽연합(EU)과 미국, 호주 등이 대량으로 추가 선구매를 해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공언한 대로 3분기에 수급이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백신 1차 접종자는 전일 대비 6만4344명 늘었다. 누적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4.4%(226만639명)가 됐다. 국내 유행은 확산세를 이어갔다. 이날 0시 기준으로 확진자가 전날보다 644명 늘어 누적 11만8887명이 됐다. 최근 1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652.7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다음 달 2일까지를 특별방역관리주간으로 설정해 방역 점검의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중앙부처별로 매일 장·차관, 실장들이 방역 실태를 현장 점검키로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